푸대접 받는 제주 최고령 가로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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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중앙차로제 도입으로 옮겨 심어진 구실잣밤나무
상당수 말라죽고 가지도 못 뻗어…주변 각종 쓰레기 등 가득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버스회차지 뒤편에 이식돼 고사 위기에 처한 구실잣밤나무들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버스회차지 뒤편에 이식돼 고사 위기에 처한 구실잣밤나무들

3년 전 대중교통 중앙차로제 도입으로 옮겨 심어진 도내 최고령 가로수들이 일부 고사하는 등 허술하게 관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징성 있는 최고령 가로수를 꼭 제거해야 하냐는 당시 비난 여론에 철저한 관리·감독을 약속했던 제주특별자치도의 해명이 무색해졌다.

1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 버스회차지. 이곳 뒤편 공터에는 가지가 잘려나간 구실잣밤나무 수십 그루가 빽빽하게 심어져 있다.

이들 나무는 제주도가 2017년 8월 대중교통 중앙차로제를 도입하면서 제주중앙여고~제주여중·고 사거리 구간 중앙화단에 있던 가로수를 옮겨 식재한 것이다.

제주도는 애초 이 나무들을 제거하려 했지만, 수령이 70년 이상 된 ‘도내 최고령 가로수’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고, 이후 이식을 결정하면서 철저한 관리·감독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함덕회차지에서 본 구실잣밤나무는 상당수가 말라죽어 있었다. 최고령 가로수로서의 과거 웅장했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옮겨 심어진 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가지를 뻗지 못한 나무도 많았다.

또 비좁은 공터에 나무들이 빽빽하게 심어져 생육에 지장을 초래했다.

 

나무 주변 공터에 버려진 쓰레기들
나무가 심어진 공터에 버려진 쓰레기들
나무 주변 공터에 버려진 쓰레기들
나무가 심어진 공터에 버려진 쓰레기들

나무가 자리한 공터에는 잡초와 수풀이 무성히 자라 있었고, 곳곳에는 담배꽁초와 비닐봉지, 종이박스 등 각종 쓰레기도 널브러져 있었다.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수령이 오래된 나무는 활착(뿌리가 땅에 내려 새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 잘 이뤄지지 않고, 어린나무보다 이식지 적응이 오래 걸려 고사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고사가 예견됐음에도 도입 당시 다른 방향으로 사업을 검토하지 않고, 옮겨 심은 뒤 관리·감독도 하지 않는 행정당국의 책임이 크다”고 했다.

 

제주축산진흥원에 심어진 가로수들.
제주축산진흥원에 심어진 가로수들.

반면 공항로(공항입구~해태동산 사거리) 등에서 제주시 노형동 제주축산진흥원으로 옮겨 심어진 가로수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식재되고, 가지가 뻗어 있는 등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관리돼 대조를 이뤘다. 

이와 관련, 제주도 관계자는 “함덕회차지에 옮겨 심어진 구실잣밤나무들은 이식 당시에도 매우 고령이어서 고사 우려가 컸다”며 “정기적으로 물을 뿌리는 등 관리는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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