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엔 감자원정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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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롱, 서귀포시 안덕면사무소

현역에서 조금 비켜난 가수와 현역 가수들이 모여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에게 신나는 노래와 웃음을 선사한 프로그램인 ‘환불원정대’가 얼마 전 끝이 났다. 이를 보며 비록 환불원정대는 끝났지만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감자원정대’ 이야기를 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쳤다.

서귀포시 안덕면 주민자치위원회는 덕수리 작은 밭에서 각자 힘을 모아 감자, 고추, 열무, 고구마 등 맛있는 작물을 일군다. 지난 1월 21일 추운 아침.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됐던 그때 위원들 모두 체험농장에 모여 작은 씨감자를 흙 속에 조심스레 묻어뒀다. 감자가 자라는 동안 갑작스럽게도 코로나19가 우리를 덮쳐왔지만 위원들은 감자를 돌보는 데 소홀하지 않았고, 안덕에 수국이 가득 필 때 즈음 우리는 감자 200㎏을 수확했다.

이 감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모두가 한목소리를 냈다, “우리 어르신들 드리게마씸.” 코로나19를 피해 경로당이 문을 닫자 어르신들은 갈 곳을 잃어 날이 갈수록 외로워졌던 터였다.

환불원정대가 노래로 사람들을 위로했다면 우리 주민자치위원회는 감자로 사람들을 위로한다. 어떤 사적인 이익 하나 없는 이 농장에서 다른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자신과 자신의 시간을 희생한 안덕면 주민자치위원들 덕분에 감자는 맛있게 자라줬다. 통통한 감자를 받은 어르신들은 마스크 속에서 환하게 웃었고, 감자를 건네는 투박한 손과 손톱 사이에 낀 까만 흙은 그들의 마음만큼이나 아름답다. 코로나19로 힘든 이때, 우리 곁엔 누구보다 따뜻한 ‘안덕면주민자치위원회 감자원정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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