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의 동반자, 안장과 등자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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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전 제주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학장

제주마(Equus caballus)는 제주도에 자생하는 조랑말의 총칭으로, 1986년 대한민국의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되었다. 이 조랑말은 초원에서 여유 있게 풀을 뜯는 자태와 흙먼지를 일으키며 질주하는 모습으로부터 정적동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산섬의 토질에서 자라는 풍부한 초자원과 맹수가 없는 온난기후대가 제주도를 천혜의 목축장으로 만들었다. 노랗게 익은 밀감을 먹으며, 억새가 품고 있는 자연을 맛보며, 말의 생태를 생각해 보는 것도 윤택한 삶의 한 단면일 것이다. 요즘은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말과 대화를 나누고, 건강관리의 일환으로 승마를 즐긴다.

승마용품 중에 안장이 중요한 기능을 발휘한다. 안장은 말의 등뼈가 기승자의 엉덩이를 찌르는 것을 막는 동시에 말의 척추가 직접 눌리지 않고 사람의 무게가 척추 양쪽에 분산되어 말에게도 좋다. 물론 기승자가 말 등에 올랐을 때 몸의 균형을 유지시켜주고, 편안하게 고정시켜주는 마구이다.

인간은 기원전 4,000년경부터 말을 기르기 시작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말 등에 덮개를 깔아 좀 더 편안하게 말을 타려고 했을 것이다. 최초의 안장은 시리아에서 나타났다. 이것은 말의 배를 빙 돌아 깔개를 맨 뒤 그 위에 앉았다.

그후 사람들은 정교한 자수로 안장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왕족이나 귀족의 경우 금과 보석으로 치장하기도 했다. 화려한 안장이 주인의 지위를 나타내게 된 것이다. 이 상황은 필수품이 장식품으로 둔갑한 것 같다.

200년경 로마에서 트리(tree)’라는 단단한 나무 안장틀이 개발되었다. 이 시기 로마에는 아직 등자가 없었지만 안장틀 위에 가죽과 천을 덮고 앉으면 좀 더 안정감있게 말을 탈 수 있었고 말 등도 보호할 수 있었다.

중세 기사들은 갑옷을 입은 사람의 무게를 지탱하면서도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군마라는 큰 전투용 말을 선호했다. 이 시대에는 안장도 더 크고 튼튼해졌다. 안장의 뒤쪽에는 높은 안장 꼬리가, 앞쪽에는 안장 앞머리가 달려 있어 기사들이 좀 더 안정감있게 앉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전투를 하거나 마상 창시합을 할 때도 낙마할 위험이 줄어들었다.

앞에서 언급한 등자는 아주 간단한 물건으로 튼튼한 가죽 끈에 매달아 안장의 양쪽에 늘어뜨린 납작한 둥근 테이다. 이것은 말에 오르거나 말 위에서 균형을 잡는 데 매우 유용한 발명품이다. 그래서, 등자가 사용되면서 기마병은 말 위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마음껏 활을 당길 수 있었다.

인간이 말을 기르기 시작한 지 4,000년 정도 지난 뒤에야 등자가 발명되었다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등자를 누가, 언제 발명했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훈족이 등자를 사용한 것으로 믿을 만한 근거는 있다.

훈족은 전설적인 궁수들이였다. 고대의 궁수들은 보통 걸어다니면서 싸웠지만, 훈족은 무리를 지어 말을 타고 전쟁을 수행했다. 고대의 자료는 훈족이 안장에서 몸을 돌려 뒤쪽으로도 활을 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런 동작은 등자가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 등자는 6세기 스칸디나비아와 8세기 프랑스에서도 사용했다. 중세에 말을 타고 다닌 기사들은 등자가 활쏘기 뿐 아니라 칼, 철퇴, 전투용 도끼를 휘두를 때도 아주 유용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들을 누가 창안했건 이용 가치를 인정하고 점진적으로 과학적 발판을 발전시켜 나갈 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것들이 축적되어 최첨단 반도체가 등장했다.

징기스칸이 유라시아를 평정하는 데는 기민한 기병의 역할이 절대적이였다. 징기즈칸은 다양한 개발품과 기술을 흡수향상시키려고 무단히 힘썼다. 당시 충격적인 신무기는 훈족으로부터 지혜를 물려받은 말의 안장과 등자였다. 그는 이것으로 동유럽을 점령하고 로마까지 괴롭히며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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