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다고, 잊히는 것은 아니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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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월평포구(上)
바람난장의 마지막 야외 행선지로 찾은 곳
겨울에 만난 원평포구는 아련한 표정으로 가득 차 있어

 

오랜만에 만난 바람난장 가족들이 찾은 이곳은 달빛이 머문다는 뜻을 가진 월평(月評) 포구다. 깊을수록 눈부신 달빛처럼 겨울에 만난 월평 포구는 아련한 표정으로 가득 차 있다. 11월 월평포구, 홍진숙作.
오랜만에 만난 바람난장 가족들이 찾은 이곳은 달빛이 머문다는 뜻을 가진 월평(月評) 포구다. 깊을수록 눈부신 달빛처럼 겨울에 만난 월평 포구는 아련한 표정으로 가득 차 있다. 11월 월평포구, 홍진숙作.

이 앞에서는 누구나 기다림이 된다. 바람에 실려 온 파도도 숨을 죽이고 눈부신 자연을 쫓던 걸음도 으레 멈추게 만든다. 마음의 소란을 잠재울 듯 고요하고 적막한, 그러나 바다처럼 아득한 작은 세계. 삶이 흔들릴 때, 모든 것을 다 들어줄 것 같은 바다가 간절할 때, 나는 향한다. 작은 포구로.

 

바람난장의 마지막 야외 행선지로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이곳은 달빛이 머문다는 뜻을 가진 월평(月坪) 포구다. 깊을수록 눈부신 달빛처럼 겨울에 만난 월평 포구는 아련한 표정으로 가득 차 있다. 평생 파도를 타고 넘었던 작은 배들도 포구를 떠나지 않고 바다로 흘러가는 물빛도 여전하다. 욕심 없는 그물도, 물때 낀 집어등도 다 옛날 그대로다.

 

포구의 주인은 그대로인데 정작 겉모습은 많이도 변했다. 뱃머리를 대는 포구의 상당 부분이 시멘트 계단으로 새롭게 단장되었고 한층 두층 계단을 쌓아올리다 보니 예전에 비해 지면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세상의 변화야 속절없는 것이라지만 그리운 이에게는 언제나 상처다.

 

이 앞에 서면 떠오르는 시 한 편이 있다. 더구나 별빛 쏟아지는 월평 포구 앞에선 누구랄 것 없이 생각나는 시. 시낭송가 김정희님이 그리운 그 이름을 가만히 불러낸다.
이 앞에 서면 떠오르는 시 한 편이 있다. 더구나 별빛 쏟아지는 월평 포구 앞에선 누구랄 것 없이 생각나는 시. 시낭송가 김정희님이 그리운 그 이름을 가만히 불러낸다.

이 앞에 서면 떠오르는 시 한 편이 있다. 더구나 별빛 쏟아지는 월평 포구 앞에선 누구랄 것 없이 생각나는 . 시낭송가 김정희님이 그리운 그 이름을 가만히 불러낸다.

 

물총새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베릿내에는,

고향 뜨며 거둘 새 없던 숨비기꽃 겨우 몇 포기

바다마을을 지킨다.

이 척박한 바위틈에 어머니의 숨비소리

꽃으로 타오른다

제기랄,

지금은 어머니 산소 다녀오는 길

어깨 늘어진 숨비기꽃도 함께 다녀오는 길

봉분의 흙 한줌 가져와 꽃뿌리 덮어주면

어느새 내 등에 얹혀오는 따뜻한 손이 있다

 

사라호 태풍이 일던 아침

물이 불어난 내를 거슬러 오르던 은어떼로

갈대들의 사타구니가 오싹오싹 긴장을 하고

마을을 에워싼 숨비기꽃은 바람을 잘도 막아 주었다

다시 태풍이 불었다

그 이름없는 태풍에는 희한하게도 물이 줄어 들었다

은어떼는 흙탕물에 방향을 잃고

갈대들은 몸 추수릴 새도 없이 흙더미에 묻혀버렸다

숨비기꽃은 이파리 찢기며 나팔을 불어댔지만

자갈을 퍼 올리는 중장비의 굉음에 묻히고 말았다

바삐 도망치는 게 한마리,

게 한마리처럼 집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바다는 거품을 물었다

 

아득도 하여라

강산은 일 년만에도 변하여

그 일년이 스무번을 넘겼고

누이의 젖살 같은 베릿내에는

방황의 냇둑을 굽이안고 돌아

숨비기꽃의 낭자한 상처를 아물리고 있다

 

-정군칠,‘베릿내의 숨비기꽃전문

 

이토록 애달픈 연가가 또 있을까. ‘별이 내리는 내라는 뜻에서 붙여진 베릿내’. 오래전 시인의 고향 베릿내가 관광단지로 수용되면서 사라져가는 고향의 아픔을 토해내듯 그려낸 . ‘중장비의 굉음에’ ‘바다는 거품을 물었으며 하루 하루가 낭자한 상처라는, 단호하지만 눈물 어린 시선으로 붙잡은 장면들이 큰 울림을 남긴다.

 

보이는 것은 수평선뿐인 포구 안에서 시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누군가의 눈가엔 그리움이 눈물처럼 맺히기도. 성악가 윤경희님이 ‘아름다운 것들’이라는 노래로 깊은 위로를 건넨다.
보이는 것은 수평선뿐인 포구 안에서 시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누군가의 눈가엔 그리움이 눈물처럼 맺히기도. 성악가 윤경희님이 ‘아름다운 것들’이라는 노래로 깊은 위로를 건넨다.

사랑이 절절했던 까닭에서일까. 그는 베릿내 바다의 품으로 영원히 떠났다. 보이는 것은 수평선뿐인 포구 안에서 시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누군가의 눈가엔 그리움이 눈물처럼 맺히기도. 성악가 윤경희님이 아름다운 것들이라는 노래로 깊은 위로를 건넨다.

 

포구의 주인은 그대로인데 정작 겉모습은 많이도 변했다. 뱃머리를 대는 포구의 상당 부분이 시멘트 계단으로 새롭게 단장되었고 한층 두층 계단을 쌓아올리다 보니 예전에 비해 지면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세상의 변화야 속절없는 것이라지만 그리운 이에게는 언제나 상처다.
포구의 주인은 그대로인데 정작 겉모습은 많이도 변했다. 뱃머리를 대는 포구의 상당 부분이 시멘트 계단으로 새롭게 단장되었고 한층 두층 계단을 쌓아올리다 보니 예전에 비해 지면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세상의 변화야 속절없는 것이라지만 그리운 이에게는 언제나 상처다.

보이지 않는다고, 잊히는 게 아니라는 말...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차고 넘치는 하루였다.

 

사회- 정민자

그림- 홍진숙

사진- 허영숙

영상- 김성수

시낭송- 김정희

음악- 이관홍 전병규 현희순 이정순 윤경희

-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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