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한우와 삼겹살 매출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지난 5월 국무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났다며 반색했다.
당시 14조원이 넘게 풀린 1차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온기를 불어넣었다. “평소 못 먹던 한우로 플렉스(과시적 소비)했다”는 이들이 늘면서 한우 도매가가 역대 최고를 경신했고 돼지고기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이 현실이 된 것이다.
실제 한우값이 ㎏당 10만원을 넘기며 경제지 1면에 ‘단군 이래 최고가 찍은 한우’라는 제목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재난지원금이 얼마 없어 바닥나 수요가 줄자 한우 가격은 내림세로 돌았다. 코로나 재난지원금의 약발이 두 달 만에 끝났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당정이 3차 재난지원금을 내년 예산에 반영해 설 이전에 지급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략 4조원 규모다. 국민의힘이 먼저 꺼낸 아이디어다. 지난 2일 558조원 규모의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내년 초 지급엔 무리가 없을 듯하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벌써 여야가 포퓰리즘 경쟁을 시작했지 싶다. 지난 4월 총선 당시에도 여당은 재난지원금이라며 전 국민에게 가구당 최대 100만원을 줬다. 당시 야당은 그 두 배를 주자는 식으로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들어간 예산만 14조3000억원이다.
물론 코로나로 타격 입은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 지원도 필요하고, 전 국민 백신 접종도 꼭 해야 한다. 하지만 선거가 올 때마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여야의 경쟁 탓에 나라 살림은 거덜날 판이다. 잿밥에 더 맘이 있다.
▲코로나 사태로 지원된 재난지원금 역시 공짜가 아니라는 사실은 국민들도 짐작한다. 다른 곳에 쓰여야 할 예산을 당겨왔거나 일부는 빚을 늘린 돈이다. 이 모두 우리 세금으로 메운다는 게 문제다.
실제 현 정부 출범 때 660조원이던 국가 부채가 내년엔 945조원이 된다고 한다. 4년 만에 285조원이 느는 셈이다. 공공기관 채무까지 포함하면 나라 빚은 훨씬 많다.
묘한 것은 ‘공짜’에 대한 미신이다.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옛말과 ‘세상에 없는 게 비밀 그리고 공짜’라는 우리 시대의 격언도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공짜를 믿는 이들이 적지 않다. 모든 비용은 누가 됐든, 나중에라도 대가를 치르게 돼 있다. 절대 ‘공짜 점심’은 없다는 얘기다.
함성중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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