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이와 크리미
아롱이와 크리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이영운(시인/수필가)

박선생님, 손에 잔뜩 들고 가는 것이 뭐예요?”

, 생선 통조림이랑 치킨, 또 쇠고기 통조림 등입니다. 우리 고양이들이 먹을 음식입니다.”

나는 깜짝 놀랐다. 고양이가 사료를 먹는 것은 알고 있었으나, 고급 통조림도 먹고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었다. 그러고 보니 슈퍼의 애완동물 사료 코너에 참치 캔 같은 것이 함께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본적이 있었다. 박선생님의 설명에 의하면 몇 년간 계속 사료를 사다가 주었는데, 처음에는 잘 먹었었다. 그런데 어느 때 부턴가 사료만 주면 먹지 않고, 생선이나 고기 통조림을 섞어서 줘야 먹는다는 것이다.

박선생님은 두 공원에 있는 20여 마리의 야생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그래서 수입의 반은 고양이 양육비로 지출한다. 아침 일찍 그리고 휴일에도 고양이 먹이 때문에 나와서 먹이도 주고 건강도 돌본다. 식비 외에도 지출이 많다. 중성화 수술, 예방주사, 피부병 등 각종 질환 치료 등에 많은 지출을 한다. 가끔씩 들개들의 공격을 받거나 상처를 입게 되면 수술과 전문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보통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다. 어떤 때는 수술비로 거의 백만원을 지불하기도 했었다. 또 집에는 다른 고양이들과 다리 없는 장애 강아지도 키우는 것 같은데 그 동물 사랑이 참으로 지극하다.

박선생님이 공원에 와서 아롱아! 크리미!” 하고 이름을 부르면 어느 구석에 있다가도 야용! 야용!’하면서 재빨리 뛰어 나온다. 기어오르고 땅에 엎드려 꼬리를 흔드는 등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모른다. 동물의 믿음과 복종은 절대적인 것 같다. 사람은 영리하게 배신을 하지만, 동물을 우직하게 충성한다.

아롱이는 태어나서부터 박선생님이 돌보면서 키웠던 고양이고, 크리미는 아롱이의 딸이다. 한 쪽 귀가 잘린 것으로 보아 둘 다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

요즘은 박선생님의 배품이 고양이 사회에서 널리 소문이 났는지 다른 곳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도 박선생님 주변을 서성인다. 맘씨 좋은 박선생님은 그들에게도 보시를 한다. 가끔 보면 고양이들이 새끼 쥐를 잡아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본다. 그러나 먹지는 않는다. 본능적으로 쥐는 잡지만, 이제는 그들도 사료가 음식이고 야생 생물은 놀잇감이지 먹이가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몇년전 세네갈에서 일할 때 내 아파트 맞은 편에 여자 봉사단원이 살고 있었다. 유아 교육을 전공한 김선생님도 고양이를 기르고 있었다. 슈퍼에 가면 제일 먼저 챙기는 것이 고양이 사료였다. 또 고양이 화장실용 모래도 매달 사다 갈아야 하고 중성화 수술도 했다. 수술비가 거의 30만원 정도였다. 한 달 생활비의 절반이었다. 그런데 한번은 얼굴에 긁힌 자국이 있었다. 고양이를 안고 있었는데 화가 났는지 할퀸 것이라고 한다. 고양이 발톱도 자주 깍아 줘야 한다. 그냥 놔두면 가구와 문틀을 마구 끍기 때문에 흠집을 내게 된다고 했다. 나중에 한 마리 더 늘었었다. 한 남자 단원이 귀국하면서 고양이를 잘 키우고 있는 김선생님께 부탁한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다 보니 고양이끼리 서열 다툼으로 서로 싸우고 으르렁 대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고양이와 같은 애완동물이 없으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삭막할 것인 가를 생각해 본다. 그들로 인하여 우리가 얼마나 큰 위로를 받고 삶이 풍요로워지고 있는가! 그들은 우리의 행복과 안전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어떻게 돌보고, 어떻게 번식시키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는 우리의 영원한 문제인 것 같다. 또 요즘 버려지고 있는 수많은 유기 동물들과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 지도는 우리의 과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