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4·3 유족회장의 동백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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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수, 리쓰메이칸대학 국제관계학부 특임교수/논설위원

지난 12월 4일 일본 오사카의 닛코(日航)호텔에서 국민훈장 및 대통령 단체 표창 전수식이 거행되었다. 올해 일본지역에서는 5명의 동포와 5개 단체가 훈포상으로 선정되었다. 이날 훈포상을 전수받은 분은 오사카총영사관의 관할 구역인 간사이(關西) 지방에서의 수상자로, 왕청일 민단교토(京都)본부 상임고문, 단체표창으로 코리아NGO센터(곽진응 대표), 그리고 오광현 재일본제주4·3유족회 회장에게 동백장이 수여되었다.

이날 개회사에서 오태규 주오사카 총영사는 오 회장과 코리아NGO센터의 수상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면서 “동포사회의 아주 낮고 보이지 않은 곳에서 묵묵하게 활동해온 것이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매우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아마 민단 등 한국 정부에 직결되는 단체나 기관에 속하지 않는 재일 동포의 독자적인 지역 활동이 훈포상을 받게 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 아닐까 싶다. 하물며 오 회장의 수상 이유 중 하나가 제주4·3에 관한 활동이라는 점은 일본에서 4·3운동에 헌신해온 모든 사람에게도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하겠다.

오사카는 ‘제주4·3의 또 하나의 현장’이라 일컬어질 만큼 제주4·3과 인연이 깊다. 해방 전의 1930년대에는 제주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제주인들이 이곳에 살았고, 해방 후에도 한 번 귀환한 제주인의 다수가 4·3을 전후하는 혼란기에 다시 오사카 등 일본으로 되돌아 왔다. 따라서 4·3의 문제해결은 일본에서의 진상 규명 없이는 있을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오사카에서 4·3운동의 전환점이 된 것이 1998년 3월 오사카이쿠노(生野) 구민센터에서 열린 제주4·3 50주년 위령제였다. ‘침묵을 넘어’라는 주제로 치러진 50주년 위령제에서는 제주에서 저명한 인간문화재 김윤수 심방(칠머리당굿 기능 보유자)을 초청해서 제주 출신 1세들이나 4·3체험자들 마음에 사무친 원한을 위무할 굿판이 마련되었다. 600여 명이 모인 회의장은 심방의 4·3사설(辭說)에 호응하면서 웃으며, 때로는 눈물을 흘리는 1세들의 열기로 들끓었다.

4·3 위령제에 굿을 연다는 제안에 대해서는 재일 2세들 중심의 실행위원회에서도 반대 의견이 많았다. 1998년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해였지만, 오사카의 총영사관은 보수 정부 때에 파견된 요원이 아직 차지하고 있어서 4·3행사 자체를 허용치 않겠다는 자세를 밝히기도 했다.

그러한 역풍을 무릅쓰고 50주년의 위령제를 주도한 분이 바로 오 회장이었다. 오사카에서의 4·3 50주년 위령제는 재일 2세 중심의 4·3운동이 동포사회에 뿌리내려 4·3을 체험한 당사자들과 더불어 가는 운동으로 탈바꿈할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오 회장은 일본에서의 4·3 유족회의 설립에도 힘을 기울였다. 2000년, 재일본제주4·3유족회가 결성되어, 오 회장은 사무국장으로 일하게 되었다. 2009년에는 유족회장으로 취임하고, 지역사회에서의 인권운동에 매진하는 한편, 매해의 위령 행사 등 오사카에서의 4·3운동에 앞장서 왔다.

제주4·3 70주년에 성사된 제주4·3 위령비건립에도 오 회장이 역할이 컸다.

재일 동포사회는 이를테면 <남>과 <북>이 같은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사회이며, 4·3운동도 여기에 걸맞은 특유한 위상과 과제를 지니게 된다. 오 회장의 수상은 그러한 재일 동포사회 4·3운동이 한국 사회에서 널리 인식될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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