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장거리 철도…산업혁명의 자취를 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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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잉글랜드 멘체스터
1800년대 세계 면직물 공업
중심지로 현대문명의 메카

산업혁명 과정 전시해 놓은
과학 산업 박물관 관람 후
스피닝필드 등 신시가 구경
주홍색과 흑갈색의 우중충하고 낮은 건물들이 즐비한 구시가를 벗어나면 나오는 신시가 스피닝필드 지구. 고급스러워 보이는 애비뉴 길(The Avenue)에는 노천카페와 명품 브랜드 매장들이 즐비하다.
주홍색과 흑갈색의 우중충하고 낮은 건물들이 즐비한 구시가를 벗어나면 나오는 신시가 스피닝필드 지구. 고급스러워 보이는 애비뉴 길(The Avenue)에는 노천카페와 명품 브랜드 매장들이 즐비하다.

영국의 산업혁명은 옷감의 재료가 동물의 털에서 목화솜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오랜 세월 써온 국내산 양털 모직물보다는 식민지 인도에서 대량 수입되는 솜털 면직물이 저렴하고 실용적이라 인기를 끌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수입 면직물 때문에 국내산 모직물이 안 팔리자 자본가들은 맨체스터를 중심으로 면직물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수입산과 경쟁하려다 보니 인건비를 줄여야 했고 이를 위해 설비 기계화가 시급했다. 여러 개의 물레를 돌려 솜에서 실을 뽑는 방적기가 하그리브스에 의해 때 맞춰 개발됐다. 몇 년 후에는 아크라이트가 수력 방적기까지 개발해냈다. 실이 대량으로 자동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옷감 짜는 기술은 그에 따르지 못했다. 한동안 실이 남아돌았지만 카트라이트가 옷감 짜는 기계인 방직기를 발명해내면서 만사가 풀렸다. 곧이어 제임스 와트가 석탄을 이용한 증기기관까지 발명하자, 가내 수공업 수준이던 면직물 제조는 공장 대량 생산 체제로 급격히 고도화됐다.

이렇게 늘어난 생산성은 종래의 모직물을 소비하던 국내 시장만으로는 커버될 수 없었다. 수출시장으로 연결돼야 했다. 이를 위해선 대량의 제품과 대량의 원료가 저렴한 비용으로 ‘운반’될 수 있어야 했다. 이번에도 역시 필요가 혁신을 불러왔다. 스티븐슨이 증기기관차를 발명하면서 화물 운송에 대한 모든 문제들이 풀렸다.

이 증기기관차로 여객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세계 최초의 철도가, 영국 리버풀과 맨체스터 간 45㎞ 거리에 개통됐다. 1830년의 일이다. 이로서 맨체스터는 세계 면직물 공업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산업혁명의 기원이 된 도시이자 인류 현대문명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맨체스터에는 두 개의 운하가 도시를 동서로 관통한다. 로치데일 운하는 도심을 동쪽 내륙 지방과 이어주는 뱃길이고, 브리지워터 운하는 서해안의 리버풀 항까지 이어주는 뱃길이다. 철도가 생기기 전까지는 브리지워터 운하가 있었기에 맨체스터의 물자와 여객들이 리버풀 항을 거쳐 아이리쉬 해로 쉽게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산업혁명과 함께 세계 최초의 철도가 이 구간에 생기면서 뱃길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유명무실해졌다.

▲트레킹 루트(4㎞)=딘스게이트(Deansgate) 역-과학 산업 박물관(Science and Industry Museum)-캐슬필드 도시공원(Castlefield Urban Heritage Park)-퀘이 거리(Quay Street)-애비뉴 길(The Avenue)-피플즈 히스토리 뮤지엄(People's History Museum)-딘스게이트(Deansgate)-맨체스터 대성당(Manchester Cathedral)-안데일 쇼핑센터(Manchester Arndale)-올드햄 거리(Oldham Street)-피카딜리 가든(Piccadilly Gardens).

로치데일 운하가 끝나고 브리지워터 운하가 시작되는 곳은 아담한 호수를 닮았다. 이 인공 호수 앞에 현대문명을 있게 한 산업혁명의 자취들이 모여있다. 딘스게이트 역에서 500m 거리, 도심 서쪽 어웰 강 인근에 있는 ‘과학 산업 박물관’이다. 산업혁명의 전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공간 한가운데의 입간판 문구가 도시의 자부심을 한껏 드러낸다.

‘In this city science and industry met and the modern world began.(이 도시에서 과학과 산업이 만났다. 비로소 현대세계가 시작됐다.)’

세계 최초의 기관차가 철도 시대의 도래를 세상에 알리며 첫 운행을 개시했던 기차역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리버풀까지 승객과 면직물들을 실어 나르던 바로 그 역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리버풀로드 역과 인근 창고 건물을 개조해, 당시의 시설들을 실물 그대로 옮겨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을 나오면 도심 방향 가까이 힐튼호텔 딘스게이트 빌딩이 웅장하게 솟아 있다. 그 모습이 특이해 저절로 눈길이 가게 된다.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47층 빌딩인 만큼 군계일학처럼 도드라져 보인다.

리버풀 로드를 사이에 두고 박물관 맞은편에는 이 도시의 기원이었던 장소가 보존되고 있다. ‘캐슬필드 도시공원’이다. 고대의 로마군이 서기 79년, 북쪽으로 어웰 강이 막아주는 이곳을 전략적 요충지로 생각해 성을 지은 것이, 이 지역에 사람이 거주하기 시작한 최초의 기록이라 한다. ‘성곽 지역’이란 뜻의 ‘캐슬필드(Castlefield)’가 지역 이름으로 굳어지면서 맨체스터의 모체가 된 것이다.

서기 410년 로마가 망하고 철수하면서 원래의 성은 폐허가 됐지만, 지금은 재연으로나마 옛 성터의 흔적들을 만나보게 꾸며 놓았다. 공원의 안내판 문구가 시선을 끈다.

‘The Roman Fort, This is where Manchester began.(로마의 성체, 이곳이 바로 맨체스터가 시작된 곳.)’

퀘이 거리를 건너면 운하 호수와 산업박물관과 로마 성터가 속했던 캐슬필드 지구가 끝나고 스피닝필드 지구로 들어선다. 주홍색과 흑갈색의 우중충하고 낮은 건물들이 즐비했던 구시가에서 깔끔한 고층 건물들이 늘어선 신시가로 들어서는 것이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애비뉴 길(The Avenue)에는 노천카페와 명품 브랜드 매장들이 즐비하다.

이어지는 센트럴 리테일 지구는 브랜드 쇼핑의 메카나 다름없다. 맨체스터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안데일 쇼핑센터가 이 지구를 대변한다.

노던 쿼터 지구의 올드햄 거리. 젊은 예술인들이 빚어낸 독창적인 작품들이 거리에서 음악과 미술의 형태로 선보여지는 종합 문화공간이다.
노던 쿼터 지구의 올드햄 거리. 젊은 예술인들이 빚어낸 독창적인 작품들이 거리에서 음악과 미술의 형태로 선보여지는 종합 문화공간이다.

노던 쿼터 지구의 올드햄 거리로 들어서면 이전의 상업적 분위기와는 또 달라진다. 낭만적이고 예술적인 정취가 한껏 느껴진다. 젊은 예술인들이 빚어낸 독창적인 작품들이 음악과 미술로 선보여지는 종합 문화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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