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장갑 미착용 현장 출입...강도강간범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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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증거물 오염 가능성 높아...항소심 판결대로 무죄 판단

특수 강도강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받은 60대 남성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정황상 유죄가 의심되더라도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특수 강도강간 혐의로 기소된 고모씨(64)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고씨는 지난해 7월 8일 새벽 2시께 제주시의 한 2층 주택에 침입해 피해자 A양(19)의 방을 뒤지던 중 잠에서 깬 A양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징역 12년이 선고됐지만, 항소심은 경찰의 증거 수집에서 증거가 오염됐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 출입한 경찰관 10여 명 모두가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점, 흉기를 현장에서 확보하지 못하고 사건 발생 7시간이 지난 후 A양 어머니로부터 받은 점, 흉기의 손잡이가 아닌 날 부분에서 지문이 검출된 점을 지적했다.

특히 흉기에서 검출된 ‘Y-STR’(부계혈통검사) 유전자의 경우 피고인뿐 아니라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유전자형과도 20개 중 15개가 일치해 유죄 증거로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새벽에 발생했다. 당시 범인은 잠결에 아버지가 방안으로 들어온 것으로 오인한 A양이 “아빠 왜?”라고 말하자 방 밖으로 나와 주방에 있던 흉기를 가져온 후 A양을 위협하며 가지고 있는 모든 통장을 가져오라며 협박했다.

이어 성폭행까지 시도하던 중 A양이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자 도주했다.

A양은 경찰에서 범인이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옷 상·하의가 모두 검은색이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피해자 거주지 인근 CCTV를 통해 범행시각 직전인 2시 6분쯤 주변에서 검은색 계열의 옷을 입은 남성을 포착했고, 이후 고씨로 특정해 재판에 넘겼다.

그런데 피해자는 경찰 조사에서 범인의 인상착의를 “신장 180㎝ 가량의 30~40대 혹은 20대일 수도 있는데, 아빠보다 어렸다는 것은 확실하다”라고 진술했지만, 60세가 넘은 고씨의 신장은 169㎝로 피해자 진술과는 상당히 달랐다.

또 피해자는 경찰이 고씨를 포함해 들려준 남성 3명의 목소리를 통해서도 범인의 목소리를 식별하지 못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고씨가 동종 전과가 있는 데다 경찰이 범행 현장에서 100m 떨어진 CCTV에서 촬영된 피고인의 복장이 피해자의 진술과 일치한 점, 피해자가 진술한 색상의 옷을 입은 다른 사람이 CCTV에 촬영되지 않은 점, 범행 당시 피고인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점, 범행장소에서 발견된 식칼에서 나온 Y-STR 유전자형 20좌위 중 피고인과 동일한 Y-STR 16좌위가 검출된 점 등을 감안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그런데 피고인과 같은 성씨를 가진 경찰관 고모씨도 범행 현장을 출입한 가운데 Y-STR 유전자형 20좌위 중 경찰관 역시 동일한 Y-STR 유전자가 15좌위가 검출됐다.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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