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유적 사라지는데…복원도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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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다마을 4.3성 돌담 쌓아 유적에서 제외
이동현 연구원 "체계적인 관리·보존 필요"
사유지에 있던 제주시 한림읍 뒷골장성이 2015년 개발 행위로 사라진 모습.
사유지에 있던 제주시 한림읍 뒷골장성이 2015년 개발 행위로 사라진 모습.

제주4·3의 진상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유적이 사라지고 있지만 허술한 복원이 이뤄지면서 체계적인 관리·보존이 요구되고 있다.

제주4·3연구소(이사장 이규배)는 지난 11일 4·3평화기념관 대강당에서 4·3 72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개최한 가운데 이동현 4·3연구소 연구원은 이 같은 문제점을 집중 제기했다.

사례를 보면 사유지에 있던 제주시 한림읍 상대리 뒷골장성(長城)은 2015년 개발행위로 사라져버렸다. 이 장성은 잿더미가 된 마을을 재건하기 위해 1949년 조성된 전략촌의 방어시설이다.

한림 주둔 2연대 군인과 경찰이 주민들을 동원해 쌓았지만 10㎞의 석성 중 유일하게 남은 구간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애월읍 어음1리의 전략촌인 머흘왓성은 토지주의 동의를 받지 못해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했다.

1948년 11월에 자행된 토벌대의 초토화작전으로 아라동 인다마을이 잿더미가 된 가운데 이듬해 주민들이 쌓은 인다마을 4·3성은 2014년 성벽 모습이 아닌 돌담 형태로 복원해 4·3유적에서 제외됐다.

서귀포시 중문동 대포마을 4·3성 역시 이전·복원을 하면서 성 형태가 아닌 돌담 모양으로 쌓으면서 유적의 가치를 상실했다.

이동현 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 1차 조사에서 4·3유적은 596곳이다. 지난해 2차 조사에서는 234곳이 늘어난 830곳으로 집계됐다.

4·3유적을 보면 잃어버린 마을 122곳, 4·3성 109곳, 학살터 174곳, 은신처 42곳, 주둔지 132곳, 역사현장 100곳, 비석 53곳, 추모공간 32곳 등이다. 그런데 유적의 70%는 사유지에 있거나 안내판만 세워지는 등 터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이 연구원은 “4·3유적 2차 조사가 15년 만에 이뤄졌지만, 또다시 현황 파악에만 그쳤다”며 “사유지에 있는 주요 유적 부지를 매입하고, 순환 보직을 하는 공무원 대신 전문기관에서 조사·관리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 “훼손과 멸실 위험이 높은 유적이 많은 만큼, 환경영향평가 시 4·3유적을 필수 항목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라동 인다마을 4·3성은 2014년 돌담 형태로 복원해 유적에서 제외됐다.
아라동 인다마을 4·3성은 2014년 돌담 형태로 복원해 유적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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