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이전에는 독서 외에 마땅히 둘러댈 것이 없었기도 했지만 독서라고 말하면 그럴듯해 보였다. 실제로도 학생들이 많은 책을 읽었던 것 같다.
독서를 취미라고 입으로만 대답한 학생들은 극소수였다는 얘기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취미를 독서하고 말하던 때가 몹시 그립다.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인생 실패는 없다는 체험들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인터넷과 같은 표피적인 존재에 몰입하는 군상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가 최근 주목할 만한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2008학년도 수시모집 지원자 1만 3000여명의 자기소개서를 대상으로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집계한 결과, 이들이 써낸 책은 모두 8400여권이었다.
단 1명으로부터 선택받은 책 종류도 5000권을 넘었다고 한다.
지원자들은 입시의 압박감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독서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청소년들이 책을 읽지 않은 시대에 일견 바람직한 현상이다.
하지만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적지 않다.
인류의 위대한 정신, 논리적 사고력과 통찰력의 보고(寶庫)인 고전(古典)의 언급 빈도는 낮은 반면, 현실주의적 가치관에 깊게 젖어 있는 베스트셀러 등의 빈도가 높기 때문이다.
▲언뜻 1970년대 고전읽기 대회였던 ‘자유교양경시대회’라는 것이 생각난다.
이 대회는 ‘삼국유사’ ‘구운몽’ 등 학년별로 난이도를 조정한 고전도서목록이 선정돼 학교별·시도별·전국별로 교양과 지식을 겨룬 것으로 학교의 명예까지 드높이는 기회였다.
그러다보니 책깨나 읽는다는 학생들은 책이 닳고 닳도록 독서를 원 없이 할 수 있었다.
물론 독서는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그 덕에 학생들은 동서양의 고전을 곁에 둘 수 있었고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을 터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실용과 시장경쟁력에 치중한다.
우리의 교육도 쉽고, 가볍고, 빠르고, 편리한 것을 대상으로 하는 경향이 농후해진다. 책 자체가 두껍고 무거워 보이는 고전 읽기는 겨우 명맥을 유지할 정도다.
이렇게 되면 교양교육의 기초는 허술해질 수밖에 없다.
대입 논술고사를 동서양 고전 지정목록을 중심으로 실시하는 것을 제안해본다.
`<김범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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