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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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정치에서 가정법적인 수사는 큰 의미가 없지만, 만약 코로나19 백신이 미국 대선(11월 3일) 전에 나왔으면 승패는 어찌 됐을까. 트럼프 대통령에겐 득표에 유리하면 유리했지, 불리하지 않았을 것이다. 화이자가 대선이 끝난 직후나 다름없는 9일에 백신 개발을 발표한 것을 두고 불만을 드러낸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화이자가 대선이 끝난 후에야 발표했는데 대선 전에 발표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5월부터 ‘초고속 작전’이란 백신 개발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면서 연말까지는 백신 출시를 자신했다. 이에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1년도 안 돼 백신이 나왔다. 그가 평소 언행에 신뢰를 얻었으면 ‘그로기상태’에서도 기사회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제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는 지난주에 2020년 세계 과학계의 최고 성과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꼽았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이 쓸어버린 세상에 희망을 주는 주사라고 언급했다.

▲“우리는 언제 맞을 수 있을까.” 해외 여러 국에서의 백신 접종을 보노라면 박탈감이 든다. 그간 백신 주권, 공공재, 대북 지원 등 온갖 언어로 포장했던 정부는 뭘 했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밝힌 것은 백신 확보 계획과 ‘희망고문’일 뿐, 실제로 한 것은 아스트라제네카 한 군데와 계약을 한 것이 전부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0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외에 화이자, 모더나의 백신은 내년 1분기에 접종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해당 업체들과 계약이 임박했으나 1분기 공급 약속을 받은 것은 없다”고 토로했다. 1분기 도입 불가 사실을 처음 공개한 것이다.

앞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8일 정례 브리핑에서 보건복지부 국장이 나서서 “해외에서 개발 중인 백신 4400만명 분을 선구매해 내년 2~3월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때 장관급 이상이 나서서 설명할 ‘팩트’를 국장이 하는 것을 보면서 의아하게 생각했다. 자신이 있으면 이랬을까 싶다.

▲정 총리는 다른 나라에 비해 백신이 늦었다는 지적에는 “정부가 백신 TF를 가동한 7월에는 국내 확진자 수가 100명 수준이어서 백신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생각을 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했다. ‘K방역’을 과신했다가 오판했다고 이실직고한 셈이다. 아무튼 백신 민심이 심상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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