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재확산 "불황 넘어 제주경제 마비된 듯"
코로나 재확산 "불황 넘어 제주경제 마비된 듯"
  • 좌동철·진유한 기자
  • 승인 202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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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자 "한 시간에 1만원 벌기도 힘들어"...대리운전도 '직격탄'
지역경제 꽁꽁 얼어붙어...올 들어 식당 970곳 폐업, 450곳은 휴업
지난 21일 밤 번화가인 제주시청 대학로에 인적이 끊긴 가운데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만 줄지어 서 있다.
지난 21일 밤 번화가인 제주시청 대학로에 인적이 끊긴 가운데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만 줄지어 서 있다.

“한 시간에 1만원도 벌기 힘들어요.”

경력 30년의 개인택시 운전자 김홍석씨(60)는 22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한 시간을 기다린 끝에 첫 손님을 태웠다. 김씨는 “어제, 한나절 동안 운행했지만 수입은 5만원에 머물렀다”며 “불황을 넘어 지역경제가 마비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재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행으로 지역경제가 꽁꽁 얼어붙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숙박·음식업, 운수업계 등 지역경제 전반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1일 밤 인파가 끊긴 제주시청 대학로는 사실상 ‘셧다운(shut-down·봉쇄)’에 들어갔다. 시동만 켠 채 손님을 기다리는 빈 택시만 도로를 점령했다.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주점과 식당, 카페에서 음식 섭취가 금지되면서 대리운전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A대리운전 대표는 “풀타임 직원은 평소 20콜(고객 호출)을 받았는데 요새는 5콜에 불과하다. 밤 9시부터 자정까지 피크타임인데 이 시간에 음식점은 문을 닫으면서 손님이 뚝 끊겼다”고 한숨을 쉬었다.

업계에 따르면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4시간 동안 부업으로 일하는 대리기사들은 보험료와 수수료 부담으로 퇴사를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해맞이 등 연말연시 특수도 사라졌다.

성산일출봉 인근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박모씨(34)는 “크리스마스부터 1월 1일까지 객실이 항상 꽉 찼는데 지금은 예약은커녕 문의 전화도 오지 않는다”며 허탈해 했다.

성산읍에서 해물뚝배기를 팔고 있는 식당 업주는 “관광객이 크게 줄면서 개점휴업인 상황”이라며 “인건비라도 아끼기 위해 연말까지 문을 닫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제주도지부에 따르면 코로나가 확산된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폐업한 식당은 970곳, 휴업은 450곳에 이른다. 영업 부진으로 2800여 곳의 식당은 주인이 바뀌었다.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배달 앱 신청부터 등록까지 20일이 소요되는데 거리두기 강화는 이틀 전에 업소에 통보돼 많은 식당에서 포장·배달을 못하고 있다”며 “영세 업주를 위해 제주형 공공 ‘배달 앱’ 구축이 시급하다”고 하소연했다.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관광업계는 벼랑 끝에 몰렸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거리두기 2단계가 시작된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5만2000여 명으로 한주 전 7만5000여 명보다 30% 감소했다.

숙박예약 취소도 잇따르면서 주요 호텔 예약률은 이달 초 70~90%에서 지금은 25~60%로 떨어졌다.

제주의 명동이라 불리는 연동 누웨마루거리에서 20년째 장사를 해 온 김모씨(56)는 “2015년 전국을 휩쓸던 메르스 사태에서도 이런 불황은 겪지 않았다”며 “연말특수마저 사라지면서 소상공인들이 크게 낙담하고 있다”며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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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진유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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