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움
부끄러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성기 시인

참 힘든 한 해가 저물어간다.

코로나가 가져온 단절감과 집값 상승으로 인한 상실감과 법무부과 검찰의 진흙탕 싸움으로 국민들 몸과 마음이 다 지쳐버린 한 해였다. 땅 속에서 솟아나는 샘물 한 줄기가 넓은 진흙탕 물을 맑게 만들기도 하고 마꾸라지 한 마리가 맑은 웅덩이를 흐리게도 한다. 민주주의는 삼권이 분립으로 서로 권력을 나누어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가장 바람직한 제도로 정착되어 왔다. 이 세 권력 중 어느 하나만 바로 서도 나라가 바로 선다.

어수선한 연말에 문득 떠오르는 말이 부끄러움이다.

사람과 짐승이 다른 점이 부끄러움을 아느냐 모르느냐의 차이라고 말한다.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염치(廉恥)’이다. 염치없는 사람은 진정한 의미의 올곧은 인간이 아니다. 그래서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을 일컬어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해서 철면피(鐵面皮)’라고 한다.

요즘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한 사람들을 많이 본다. 오죽하면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4자 성어가 아시타비(我是他非)일까. 내로남불이란 말을 한자 성어로 만든 것이라 하니 공감이 간다.

모든 종교의식은 참회에서부터 시작된다, ‘내 탓이요는 성당에서 하는 참회의 기도이고, 불교의 108배도 참회에서 시작된다. 인간이기에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는 있다. 그러나 진정한 참회와 반성을 할 줄 모르면서 남 탓만 하는 집단을 보면 구역질이 난다. 조선 말 학자 서유구는 세상에 보탬이 되지 않는 자 가운데 글 쓰는 선비가 으뜸이다라고 비판했는데 조선 말의 글 쓰는 선비가 요즘은 누구일까. 시를 쓰는 나 자신도 부끄러워진다.

가난한 예술가에게 지원해주는 지원금을 받은 최고 권력자의 아들 소식도 마음이 아프다.

나눠 먹어라라는 촌스럽고 평범한 이 말을 가훈으로 실천하는 동원개발 장복만 회장과 그의 아들 삼형제의 고액 기부는 갑갑하고 아린 연말을 따뜻하게 하는 반가운 소식이어서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름처럼 복만 가득하길 빌어본다.

나무꾼 총각을 기다리다 그 속마음을 들켜 옷소매로 얼굴을 가리는 동화 속 시골 처녀의 부끄러움은 이제 사라져버렸는가. ‘소의 해’ 2021년을 기다리며 새해는 제발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소귀에 경 읽기가 아니었으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