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에 만나자는 것 (2)
사후에 만나자는 것 (2)
  • 제주일보
  • 승인 2020.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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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 신단수

이 모든 일이 나로부터 벌어졌지만 이상하리 만큼 차분해져요. 낯선 경험이지만 익숙하고 저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체념은 아니고 받아들임이지요. 그가 아이들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있어요. 남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슬픔에 동참하고 싶다고,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라도 기회가 있으면 하자고 말하네요. 오래 만나고 의지했지만 뭐가 부끄러웠는지 그는 그냥 그림자였어요. 추억이 어딘가에 남아 있어 머지않아 알려지겠지만 이제는 그리움과 연민만 남았네요. 저쪽 기둥 옆에서 호들갑을 떠는 여자는 시누인데 유별나게 살아요. 옷가게를 하는데 심각한 공주병에 사치는 기본이요, 똑똑하다는 자만으로 남과 어울리지 못해요. 연로하신 부모님 대신 오빠들이 십시일반 뒷바라지를 했는데 돌아오는 건 빚 독촉이요, 남자관계는 복잡함을 넘어 사건 사고예요. 수시로 우리 집에 찾아왔는데 그때마다 뭔가 없어져 부부 싸움도 많이 했어요. 오죽했으면 시아버지 임종 때도 사채업자들이 들이닥쳐 난리를 피웠어요. 그때는 원망을 했는데 후회가 되네요. 이렇게 삶이 덧없는 것을. 그리고 이런 자리에서 격식을 차리려 향을 피우는 것 같은데 왠지 쓸쓸하니 꽃이 그나마 나은 거 같네요. 상복도 그렇고 보통의 하루가 지나고 있네요. 웃고 떠들고 누군가는 음식 타박도 하고 손님으로 왔을 때와는 기분이 사뭇 다르네요. 조금 더 진지하고 함께 슬퍼했었어야 했는데 미안하기도 하고. 관의 재질을 따지고 수의를 비싼 걸로 하자, 그럴 필요 있느냐 하는 작은 소동들이 있지만 이미 관심 밖이에요. 틀에 박힌 듯 정해진 순서에 따라 그대로 이어지고 화장을 해서 수목장을 하기로 의견 일치를 본 것 같아요. 남편과 일찍 사별을 했지만 기억에 두고 싶지 않다는 말이 평소 입버릇이어서 나름 다행이에요. 날이 밝으면 육신은 한 줌 재로 남겨지겠지만 어려운 숙제가 끝나니 또 다른 기대감이 생기네요.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르면 안 될 것 같아 이제 진짜 이별 인사를 해야 해요. 지금 상황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에요. 누구나 거치는 과정임을 알아야 해요.”

꿈이었으면 하면서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거짓과 탐욕으로 남에게 상처를 준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분명히 지옥의 시간일 것이다.

죽음은 내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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