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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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휘, 前 농업기술원장

인생에서 늙는다는 것은 60대는 해마다 늙고, 70대는 달마다 늙고, 80대는 날마다 늙고, 90대는 시간마다 늙으며 황혼길에 접어들게 된다. 늙으면 시간이 많고 주위에 사람이 자연히 없어지게 된다.

늙으면 대화할 상대가 없고, 즐거움도 걱정할 일도 없다. 또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돈이 없으면 시간이 있는 것이다. 특히 눈, 귀, 치아의 기능이 쇠퇴해 식사 시에 음식을 흘리고 옷을 입을 대 단추를 어긋나게 끼우며, 용변 후에 단추를 끼우지 않은 채 다닌다거나 정신적으로는 인지력이 저하하고 건망증이 있어서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는다.

자식들이 조금만 잘못해도 서운하다. 즉 소외, 배제, 배타의 대상이 되어 외출을 스스로 삼가게 된다.

교통편에 있어서도 순발력이 떨어져서 상하차에 자유롭지 못하고 낙상의 우려가 있어 자식들에게 걱정거리가 되곤 한다. 늙은 후 인생은 병마와 싸우며 매일 한 움큼의 약을 먹으며 투병생활을 하는 연속이다.

자녀를 상전처럼 키운 결과, 청소년들의 부모 의존도는 세계최고 수준으로 여성부의 의식조사에 의하면 청소년들은 93%가 대학자금을 부모가 책임지고, 74%가 결혼할 때 집을 사주거나 전세자금을 대주고 있다고 한다. 자녀의 용돈도 부모가 책임져야한다는 것이 76%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여정을 뒤돌아보면 굽어지고 허무, 후회, 시행착오 등 회한으로 점철돼 있다. 일생을 조국 근대화에 바쳤는데 돈, 명예, 권세는 순간의 허영이고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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