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적 풍광·영적 환경 조화…티베트인 안식의 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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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티베트 3대 호수
얌드록쵸·남쵸·마나사로바
티베트 대표 호수, 3대 성호
해발 4500m 높이 하늘 호수
고원의 설산 빙하 녹아 흘러
얌드록쵸 호수 전경. 호수는 둘레길이 250㎞나 된다. 주변의 높고 낮은 산들이 호수를 겹겹이 에워싸고 있기 때문에 호수 전체는 보이지 않지만, 보일 듯 말 듯 펼쳐진 풍광이 더 신비롭게 다가온다. 호수와의 고도차가 500m를 넘다 보니 더 극적인 모습이 된다. 

구글 지도로 유라시아 대륙을 펼쳐보면 가운데 부분이 도드라진다. 고원 지역 특유의 단조로움과 삭막함이 느껴진다. 신장 위구르나 몽골 지역은 별다른 변화가 없으나 티베트 고원 쪽은 크고 작은 하늘색들이 무수하게 늘어나는 것이다. 모두가 고원의 설산 빙하들이 녹으며 흘러든 빙하 호수들이다.

티베트 고원에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수천 개 널려 있다. 세계 최고 높이의 가장 넓은 고원지역에 가장 많은 수의 호수가 밀집되어 있다. 이런 풍부한 수량 덕택에 티베트 고원은 아시아 지역에 물을 공급해주는 절대 수원이기도 하다.

이들 호수들 중에서도 특히 라싸 근교의 얌드록쵸와 남쵸, 아리 지구의 마나사로바는 티베트 고원의 대표 호수들이다. 티베트인들에게 영혼을 정화시켜 주고 안식을 주는 성지로 여겨지면서 ‘3대 성호(聖湖)’로 불린다.

셋 모두 해발 4500m 내외 높이에 있는 하늘 호수들이다. 이질적인 풍광과 영적인 분위기 때문에 환각에 취한 듯 몽롱해지기도 한다.

캄바라 산 정상에서 바라본 얌드록쵸 호수. 뒷쪽에 보이는 설산은 해발 7200m 노진캉상 설산이다.

얌드록쵸(羊卓雍错, Yamdrok Yumtso)

세 호수 중 라싸에서 가장 가깝다. 남서쪽으로 차를 달려 3시간 거리다. 라싸에서 네팔 카트만두까지 1000를 잇는 318번 도로는 우정공로(友情公路)라는 아름다운 이름이다. 이 도로를 타고 두 시간쯤 달리다가 라싸 강(拉萨江)이 얄룽창포 강(雅魯藏布江)에 합쳐지는 지점에서 왼쪽 샛길로 접어들면 한 시간 후 트레킹 시작점에 닿는다.

해발 4998m 표지석 앞은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짧은 줄이 만들어진다. 표지석 뒤 난간엔 오색의 타르초와 흰색의 하다(하얀 천)’가 촘촘히 걸려 있고, 그 뒤로는 연둣빛 호수 얌드록쵸가 웅장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호수와의 고도차가 500m를 넘다 보니 더 극적인 모습이 된다.

트레킹 루트는 별다른 난코스가 아니다. 해발 5050m의 캄바라 산 정상까지 완만하게 올라갔다가 가파른 경사를 따라 하산해 고도차 550m 아래의 호수까지 이르는 것이다. 시간은 두 시간 반 정도 걸린다. 호수는 둘레길이 250나 된다. 주변의 높고 낮은 산들이 호수를 겹겹이 에워싸고 있기 때문에 호수 전체는 보이지 않지만, 보일 듯 말 듯 펼쳐진 풍광이 더 신비롭게 다가온다. 하산하는 동안 호수 뒤에 버티고 앉은 해발 7200m의 노진캉상(宁金刚桑, Noijin Kangsang) 설산과의 조화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남쵸(纳木错, Nam Tso)

남쵸는 라싸 북쪽으로 다섯 시간 거리에 위치한다. 얌드록쵸 트레킹은 라싸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지만, 남쵸는 차타는 시간만 왕복 10시간이다. 라싸에서 출발하면 초기 서너 시간은 칭짱공로(靑藏公路)를 지난다. 라싸에서 칭하이 성(青海省) 성도인 시닝(西宁)까지 2000를 잇는 자동차 도로가 칭짱공로다. 라싸에서 칭짱열차를 타고 서너 시간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창가 쪽 승객들의 함성이 동시에 울린다. 열차가 하늘 호수 남쵸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얌드록쵸의 ()’는 호수를 의미한다. 남쵸 또는 나모쵸(纳木错)라는 티베트 이름에는 하늘호수라는 뜻이 담겨 있다. 열차 속에서 해발 4718m에 펼쳐진 하늘호수와 처음 맞닥트릴 때의 감동이란 누구에게든 예외가 없다. 남쵸 트레킹은 드넓은 호수의 남동부 쪽 반도 지역을 두 시간 동안 한 바퀴 도는 여정이다.

호수 건너편 북쪽으로 병풍처럼 펼쳐진 넨첸 탕글라 산맥(念靑唐古拉山脈, Nyenchen Tangla) 설산 봉오리들이 에메랄드빛 호수와 그윽한 대조를 이루며 두 눈을 사로잡는다. 구간 곳곳에 부부바위 등 거대 암석들이 불쑥불쑥 솟아나 있다. 남쵸는 티베트인들이 워낙 신성하게 여기는 곳이기에 호수에 발을 담그는 일이 금지된다. 서티베트인 시쨩자치구에서는 가장 넓은 호수다.

마나사로바 호수의 시작점 모습.

마나사로바 호수(玛旁雍错, Mapam Yumtso, Mānas sarovar)

마나사로바까지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서쪽 멀리 신장위구르까지 가는 길을 이용해야 한다. 얌드록쵸는 네팔과 이어진 우정공로를, 남쵸는 칭하이성과 이어진 칭짱공로를 이용했고, 마나사로바 가는 길은 신장공로(新藏公路)를 이용하는 것이다. 라싸에서 신장위구르 카스 지구의 이에청(葉城)까지 이어진 도로가 신장공로다. 3대 호수를 여행하면서 서티베트의 핵심 도로 세 개를 다 경험하는 것이다.

라싸에서 마나사로바까지 거리는 1500남짓 된다. 포장 상태는 물론이고 도로 폭도 비좁다. 가는 동안의 복잡 험난함에 비해 호수는 정작 너무나 고요하다. 호수 뒤로는 높고 낮은 설산들이 둘러섰고 수평선 부분은 물안개에 싸여 육지와 수면이 구분되질 않는다.

해발 4556m에 펼쳐진 호수지만 고산증은 덜하다. 라싸에서 여기까지 오는 며칠 동안에 어느 정도 고산 적응이 되기 때문이다. 호수 북쪽에 인접한 성산 카일라스((Mt. Kailash)우주의 중심으로, 이곳 마나사로바 호수는 우주의 자궁으로 불린다. 카일라스의 설산 빙하가 녹아내려 이 호수로 모여는 것이다.

얌드록쵸와 남쵸가 남성적인 중후 장대의 분위기라면 마나사로바는 섬세한 어머니의 품처럼 고요하고 아늑하다. 히말라야의 한 줄기인 해발 7694m의 설산 나모나니 봉(納木那尼峰)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기에 더더욱 그래 보인다.

인도와 네팔 국경에 가까워서 티베트 불교는 물론 힌두교에서까지 성지로 여겨진다. 1948년에는 마하트마 간디의 유해 일부가 성자의 유언에 따라 이곳 호수에 뿌려지기도 했다.

티베트인들은 호수 둘레 100를 며칠에 걸쳐 순례하지만 대개의 외지 트레커들은 호수 북쪽 10구간을 서너 시간 트레킹 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사진=이영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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