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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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1월 1일, 가는 세월 덧없음에도 가슴 뛰는 날이다. 새해 첫날이기 때문이다. 365일 가운데 처음 맞는 날이란 것만으로 충분히 설렐 수 있다. 첫날은 티 하나 얹지 않아 신선하다. 속되거나 축나지도 않았다. ‘첫’은 새로움과 설렘을 주는 접두사다. 첫돌, 첫달, 첫날밤, 첫길, 첫걸음, 첫딸, 첫사랑…. 하물며 새해 첫날임에랴, 1년의 1번째 날! 이날을 기점으로 1월 7일까지의 모든 요일은, 그 해의 첫 요일이다.

차렷, 앞으로 나란히! 구령에 365일이 새카맣게 달려오는데 ‘기준!’ 하며 외치는 날, 1월 1일이다. 새해 첫날 전야, 어젯밤엔 새해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을 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해 오던, 보신각 ‘제야(除夜)’의 타종 행사가 취소됐다. 코로나19의 폭발적 유행으로 부득이한 조치였다. 질병의 확산세를 막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 온라인에 의탁했다. 1953년 이후 유례없던 일이다. 눈 꼭 감고 TV에서 흘러나오는 종소리에 경건히 귀 기울여, 송구영신하는 마음자리를 닦아 정결히 했으리라.

그믐밤에 잠자면 눈썹이 허예진다는 속설이 있다. 단지 밤을 하얗게 새워야 한다는 게 아니다. 새해를 맞기 위해 마음을 정갈히 해, 소망을 빌고 새로이 각오를 다질 시간을 품으라 함이다. 졸리는 눈 비비며 해돋이에 다가섰던지 자신에게 물을 일이다. 오늘은 그냥 여사한 날이 아니잖은가.

새해의 첫날이므로 가족이나 연인과 해돋이를 함께 하며 깊은 사유 한두 꼭지 했으면, 그게 파도로 밀려올 365일을 견디는 밑힘이 될 것인데…. 사람들이 몰리는 일출봉, 사라봉, 원당봉, 다랑쉬, 용눈이오름이면 좋겠지만, 어디든 이글이글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함에 비록 마을 앞동산이면 어떤가. 떠오르는 해는 거리와 높이를 초월한 섭리인 것을. 한데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주요 탐방 오름 33개소에 출입을 제한해 아쉬웠다.

떡국은 11일 아침에 먹는 전통음식이다. ‘새해 첫날 떡국을 먹어야 한 살을 먹는다.’고 했다. 아잇적에 얼마나 가슴 설렜었나.

지금도 세는 나이 20살이 되는 청소년들 가슴이 쿵쾅거릴 테다. 비로소 담배와 술을 살 수 있지 않은가. 12월 31일부터 모여 웅성거리다 땡 하고 자정을 알리면 가슴 졸이며 술집으로 내달렸겠지만 이도 코로나19가 막아 나섰다. 청소년 때부터 몰래 담배 피우던 학생들은 해방감에 ‘줄담배’를 피운다고도 하니, 새해를 어른이 되는 성년 의식쯤으로 간주해 줘야지 않을까.

그뿐이랴. 대학입시가 아직 안 끝난 학생들도 있지만, 수능 압박감에서 헤어나 이제 어른이 된 느낌을 받는 대다수 학생들에겐 축제 분위기겠다. 첫 술자리 같은 일탈은 제 본분을 저버릴 수 있으니 중심을 놓지 말아야 하리. ‘사회화’란 낯선 만큼 살피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나만 생각해선 안되니까, 집에서 마음 졸일 가족도 생각해야 하고. 안 그런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연년이 들어도 싫지 않은 새해 인사다. 북한에선 ‘새해를 축하합니다’라 한다. 같은 말씨인데도 사뭇 뉘앙스가 다르다. 살가운 느낌이 오지 않아 어째 멋쩍고 무뚝뚝하다.

눈이 온다고 설렘 속에 날이 밝았다. 천지가 눈으로 미만하기를, 어수선한 세상이 잠시나마 숫눈으로 하얗게 뒤덮였으면.

그리하여 모두의 소망 속에, 우리 앞으로 빛나는 한 해가 펼쳐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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