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것들’이 다시 당연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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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정치부장

‘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주던 것,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처음엔 쉽게 여겼죠,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 봄이 오고, 하늘 빛나고, 꽃이 피고, 바람 살랑이면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가수 이적이 지난 4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공개한 ‘당연한 것들’이라는 노래의 가사다.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투영하는 듯하다.

노랫말처럼 우리는 지금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 겨울이 지나 또 겨울이 왔지만 당연히 돌아갈 것이라고 믿었던 기대는 무너졌다. 언제쯤 당연한 것들이 다시 당연하게 될 수 있을지도 분명치 않다.

이제 막 역사의 뒤안길로 저물어간 2020년은 코로나19가 제주는 물론 전 세계를 휘감아 버린 한 해였다.

그나마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코로나 청정지역을 유지해 온 제주도는 지난 11월 이후 차단 방역이 한계에 직면하고 말았다.

코로나19 초기에는 확진 전에 제주를 다녀간 사실만 알려져도 제주 섬 전체가 화들짝 놀라기도 했다.

제주에서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한 달 만인 지난 2월 21일 확진자가 처음 확인됐고, 숫자도 적었다.

지난해 여름을 거치면서 가끔은 집단감염 우려가 커지기도 했지만 잘 이겨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겨울, 제주사회는 완전히 변해 버리고 말았다. 매일 매일 발표되는 코로나19 확진자와 환자 방문 장소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 학생 없는 학교, 썰렁한 거리와 관광지, 불 꺼진 상가, 관중 없는 경기장과 텅 빈 공연장 등이 이제는 일상이 됐다.

특히나 제주도민들의 삶은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면서 최고 정점을 찍었던 제주 지역경기는 2017년 이후부터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까지 겹친 것이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지역소득자료를 보면 제주지역 지역내총생산 증감률은 2015년 7.4%, 2016년 8%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2017년에는 4.6%로 떨어졌고, 이후에는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에는 -0.9%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지난해는 0.9%로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제주지역 총생산이 몇 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코로나가 겹친 올해 제주 경제는 더욱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처럼 엄혹한 시절이 계속되고 있지만 어쨌든 2021년의 새로운 태양은 떠올랐다. 새해가 밝았다고 해서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이 금세 달라질리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지금의 위기가 앞으로 더 가혹해 질 수도 있다.

더욱이 우리가 코로나 위기를 이겨낸다고 하더라도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코로나는 기존 우리 사회의 구조와 질서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역시 현재의 난관을 넘어서야 한다. 나아가 새롭게 다가올 사회 구조와 질서, 기회를 고민해야 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제주사회 전체가 힘과 지혜를 하나로 모아야 할 때다. 기회가 위기가 되고, 위기가 기회로 다가오기도 한다.

2021년 올해 신축년(辛丑年)은 ‘하얀 소의 해’다. 소가 상징하는 것처럼 성실함과 여유, 풍요로움을 되찾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하루 빨리 당연한 것들이 다시 당연해지는 세상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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