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소의 해’ 힘찬 한 걸음 내딛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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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농경생활과 밀접한 관계
우도·쇠소깍 등 지명도 다양
소띠 해를 맞아 우도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으로 소가 힘찬 걸음을 내딛는 모습.
소띠 해를 맞아 우도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으로 소가 힘찬 걸음을 내딛는 모습.

다사다난했던 쥐띠 해가 가고 여유와 평화의 해인 소띠해가 왔다.

올해는 신축년(辛丑年)이다. ‘은 백이므로 하얀 소의 해이다.

천간(天干)()’이고, 지지(地支)()’인 해. 육십갑자(六十甲子)로 헤아리면, 서른여덟 번째 해이다. 12띠 중 두 번째 띠로 축년 생(丑年生)을 가리킨다.

소띠 해는 을축(乙丑), 정축(丁丑), 신축(辛丑), 계축(癸丑)의 순으로 육십갑자에서 순환한다. 십이지의 소()는 방향으로는 북북동, 시간적으로는 새벽 1시에서 3, 달로는 음력 12월을 지키는 방향신(方向神)이자 시간신(時間神)이다. 여기에 소를 배정한 것은 소의 발톱이 두 개로 갈라져서 음()을 상징한다는 것과 그 성질이 유순하고 참을성이 많아서, 씨앗이 땅 속에서 싹터 봄을 기다리는 모양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는 참고 복종하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니 찬 기운이 스스로 굴복하기 시작한 것을 상징한다.

 

십이지도, 축신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십이지도, 축신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한 식구처럼 지내온 소

소는 우리나라의 농경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단순한 가축의 의미를 뛰어넘어 마치 한 식구처럼 생각돼 왔다. 소는 일손이 귀한 시절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노동력일 뿐 아니라 운송의 역할도 담당했고,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비상금고의 역할까지 했다. 소는 우직하나 성실하고 온순하고 끈질기며 힘이 세나 사납지 않고 순종한다. 이러한 소의 속성이 한국인의 정서 속에 녹아들어 여러 가지 관념과 풍속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소가 말이 없어도 열두 가지 덕이 있다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민속에는 특히 소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우리 민속이 농경문화 중심으로 발달됐기 때문에 농사의 주역인 소가 여러 풍속과 깊은 관련을 맺어 온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옛 조상들은 소를 한 가족처럼 여겼기 때문에 소에 대한 배려도 각별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짚으로 짠 덕석을 입혀 주고, 봄이 오면 외양간을 먼저 깨끗이 치웠으며, 겨울이 올 때까지 보름마다 청소를 해줬다. 이슬 묻은 풀은 먹이지 않고, 늘 솔로 빗겨 신진대사를 도왔으며, 먼 길을 갈 때에는 짚으로 짠 소신을 신겨 발굽이 닳는 것을 방지했다. 우직하고 순박해 성급하지 않는 소의 천성은 은근과 끈기, 여유로움을 지닌 우리 민족의 기질과 잘 융화돼 선조들은 특히 소의 성품을 아끼고 사랑해 왔다. 이처럼 소는 우리 생활과 가까운 곳에서 가장 친근한 동물로 함께 살아오면서 사람들과 깊은 교감을 했다.

 

소띠 사람들의 성격

소띠 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과연 소를 닮았을까? ‘천천히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처럼 끈기 있게 꾸준히 노력해 결국 성공을 만드는 사람 중에 소띠 태생이 많다. 바로 소띠들의 공통점이 근면과 성실이다. 그러나 고집하나 대단해서 그야말로 황소고집이라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자기 고집대로 밀고 나가기 때문에 설득하기가 보통 힘든 것이 아니다. 그래서 소귀에 경 읽기라는 말이 생겨났을 것이다. 사교적인 것 같으면서도 고독한 것이 소띠들이고 일을 위해 태어나 일을 하다 죽는 것도 소띠다. 그러나 겨울 소띠는 팔자가 편하다’, ‘그늘에 누운 여름 소 팔자다라는 말처럼 시절만 잘 타고나면 일하지 않고 편하다는 속담이 있다. 이것은 일복이 많은 소에 대한 역설적인 표현이다. 또한 소띠는 둔한 것 같으면서도 신나는 일에는 쇠뿔도 단김에 빼듯행동에 옮기는 것처럼 해내지 않으면 몸살을 앓는 것도 소띠들의 공통점이다. 한번 마음먹었다 하면 하늘이 두 쪽이 나도 해내는 사람 역시 소띠이다. 그러나 한번 화가 났다 하면 자신의 감정을 조정하지 못하고 한바탕 떠들썩하는 약점도 가지고 있다. 강자에 강해 강자에게는 결코 무릎을 꿇지 않지만, 약자에게는 예상외로 인정과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김유신묘 십이지신상 탁본, 축.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김유신묘 십이지신상 탁본, 축. (사진=국립민속박물관 제공)

소와 관련된 지명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인 만큼 소 형태에서 유래한 지명도 전국에 많다.

소가 누운 형상에서 비롯된 산 이름인 와우산은 전국 곳곳에 있다.

서울 마포구, 부산 해운대구, 충남 공주, 전남 장성, 경북 청도, 광주 광산구, 전남 순천, 경남 고성, 경남 하동 등에 널렸다.

연간 200만 명 관광객이 찾는 섬 속의 섬 제주 우도(牛島)는 형상이 마치 소가 누워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한 때 가수 이효리씨가 거주하면서 이름을 알린 제주시 애월읍 소길리도 소와 관련이 있다.

소길리 옛 지명은 우로리(牛路里)로 소가 걸은 길을 의미한다.

소길리를 비롯해 제주 중산간 지역은 대부분 목장으로 소나 말이 다니는 길을 따라가야만 마을로 갈 수 있었다.

관광지로 유명한 서귀포시 쇠소깍도 소와 관련된 이름이 붙었다.

쇠소깍은 서귀포시 효돈동과 남원읍 하례리 사이를 흐르는 효돈천 하구다.

쇠소깍이라는 지명은 효돈동 옛 이름인 쇠둔에서 나왔다.

는 소()를 뜻하는 제주어이고, ‘은 무리를 이룸()을 뜻한다. 소를 모아 기르던 곳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탐라순력도에는 효돈이 우둔으로 기록됐는데 이는 쇠돈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쇠소깍은 쇠둔의 와 웅덩이를 뜻하는 ()’, 그리고 접미사로 끝을 의미하는 제주어 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쇠소깍은 강바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투명한 민물과 웅장한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절경을 인정받아 2011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8호로 지정됐다.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은 유난히 힘든 해였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많은 사람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힘들었던 1년을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한 만큼 천천히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처럼 끈기 있게 꾸준히 노력해 바라던 목표를 이루는 한 해를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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