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차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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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생 수필가

심각하다. 코로나19 앞에 결코 안전한 곳은 없었다. 초·중·고등학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되고 어린이집도 임시 휴원 명령이 내려졌다. 이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머리 손질하러 미용실로 갔다. 미용실에는 방역수칙을 지키며 최소한의 말만 하고 있다. 그와 달리 언제 저랬나 싶게 TV의 광고 방송이 어색하기만 하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 시대에 아무런 조치도 없이 상품 홍보를 위해 노래하며 춤추는데, 마치 비말 입자들이 공기 중에 마구 떠다니는 것만 같다. 반농담조로 “요즘 시대엔 광고도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하는 거 아냐?” 했더니 누군가 “그러게요” 한다. 그만큼 우리는 마스크 생활에 익숙해져 있다는 뜻이다.

며칠 전, 맛만 보라며 지인이 직접 재배한 과일들을 선물한다. 키위랑 귤, 레몬이 정성스레 담겨있다. 농장주의 털털한 성격만큼이나 과일 맛이 야무지다. 과수를 관리하며 일일이 말을 걸었을 터이다. “사랑한다, 튼실하게 자라줘 고맙다.” 농장주의 애정을 듬뿍 받으며 자란 키위와 귤은 한달음에 먹었는데 레몬이 문제이다.

레몬은 사들이거나 요리에 응용해 본 적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러다 썩히는 건 아닐까, 조급해진다. 필요한 정보가 있을 때면 인터넷 통신망이 제격이라며 검색에 들어간다. 검색창에 레몬을 입력하자 ‘레몬차 만들기’ 가 바로 뜬다. 망설임 없이 레몬차로 결정하고 레시피 검색에 들어갔다. 재료 준비도 간단하고 만드는 데도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레몬청은 껍질째 담아야 하므로 세척을 중요시했다. 베이킹소다와 식초 물을 이용해 씻어준 다음 끓는 물에 살짝 소독하는 게 새롭다. 이 정도로 처리하면 레몬에 남아있는 농약 찌꺼기와 불순물이 말끔히 제거되겠다. 레몬 세척 과정을 거치는데 내 마음이 다 정화되는 듯 상쾌하다.

뜨거운 물에 소독할 때 은은하게 번지는 레몬 향이 잠시나마 코로나를 잊고 산뜻하게 기분 전환을 시켜 준다. 레몬을 얇게 저밀 때는 온 집안이 상큼한 향으로 가득하다. 마스크 없이 오롯이 그 향을 즐기고 있다. 어떤 명품 향수가 이만할까 싶다. 레몬 향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내 몸의 면역력이 쑥쑥 올라가는 것 같다.

지난해는 유난히 힘들고 지친 한 해였다. 코로나 시대의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그에 따른 피부 발진과 불편한 호흡은 호사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안전 안내 문자 알림에 가슴을 쓸어내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확진자가 급등하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장소와 상관없이 마스크 착용은 필수가 되었고, 그러다 보니 목소리로 상대를 어림짐작할 때도 적잖다.

바이러스 예방에는 면역력을 증진 시키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한다. 코로나19도 예외는 아니다. 레몬청을 만들며 한 해의 마무리와 시작을 레몬차 한잔하며 건강을 챙기고 싶었다. 더불어 코로나19로부터 조금이나마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믿음도 있었다. 일과를 마치고 레몬차를 마시며 몸과 마음을 정리한다. 좋은 에너지가 코로나바이러스를 밀어내는 느낌은 나만의 생각일까, 따뜻한 레몬차 한잔의 여유가 주는 건강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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