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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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지난해 3월 미국의 팝가수 마돈나는 코로나19를 ‘위대한 평등자’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는 당신이 얼마나 부자이든, 유명하든, 똑똑하든, 어디에 살든, 몇 살이든 상관하지 않는다”라는 글을 SNS에 올려 시선을 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감염됐던 것을 보면 그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도 누구든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코로나19가 평등한 것은 이 선까지다. 그 선을 넘자 불평등의 연속이다. 소상공인과 임시·일용직, 특수고용직노동자들은 더욱 힘들어졌다. 반면에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됐다. 그래서 K자 형태의 경제 회복이란 말이 나온다. 알파벳 K처럼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누구는 상행선에 탑승하고, 누구는 선택의 여지 없이 하행선으로 가야 한다.

▲코로나19에 대한 인류의 반격이 시작됐다. 백신이 선봉장으로 나섰다. 여기에도 힘과 자본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아시아 등 주요 국가들은 막대한 예산을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백신 물량을 독식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해외여행이 가능하다는 ‘백신 여권’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과 유럽의 기술업체들은 백신 접종 이력 등의 개인정보를 담는 스마트폰 앱과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백신 접종에 있어 압도적으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스라엘은 이달 중 녹색여권(통행증)을 발급할 예정이다. 2차 접종을 한 지 2주가 지난 국민이 이 증만 있으면 봉쇄령이 내려져도 국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며, 외국에 나갈 때도 활용할 수 있다.

빈곤국과 개발도상국엔 이 모든 것이 언감생심이다. 사실상 백신 확보가 불가능한 국가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있다. 올 연말까지 접종이 이뤄진다고 해도 전체 자국민의 20%에 불과하다는 전망도 있다.

▲백신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하면 세계 경제가 코로나 팬데믹 충격에서 제대로 회복할 수 없다. 선진국들이 자국민에 대한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고 해도, 백신이 없는 개발도상국 등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한다면 국가 간 인적·물적 교류에 한계가 있다. 서로 비슷한 시기에 접종이 이뤄져야 집단면역이 생겨 모두가 긴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백신 공공재에 대한 실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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