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농업과 지속가능한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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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논설위원

주말농사를 짓고 있다. 콜라비와 브로콜리, 무와 배추, 시금치까지. 콜라비는 지난 달 초 수확하여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푸드 뱅크에 현물로 기부했다. 물론 전업농은 아니고, 아직은 힐링 농업을 준비하는 후배의 농사를 거들고 있다. 그 후배와 함께 인생 2모작으로 사회적 농업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어르신 생활공동체를 만들어 갈 참이다.

사회적 농업(Social Farming)은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기반을 둔 다양한 사회적 서비스를 취약계층에 제공하여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적 보호시설로 농장과 농가조직이 형성되면서 농업활동을 통해 치유·돌봄·고용·복지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공급하는 농업이다. 사회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안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생산한다. 농촌이 사회적 약자를 포용하는 따뜻한 공간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무엇보다 노동약자들을 위한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사회적 농업은 어르신, 장애인, 이주민 등 노동약자이면서 경제활동을 충분히 하지 못하여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농업에 참여하도록 하고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 자립할 수 있게 도와주는, 농업과 복지를 결합한 돌봄 농업(care farming)이다. 요즘 농사는 기계 빨이라고 한다. 따라서 IoT, AI 기술과 자동화 설비를 갖추게 되면 농사가 힘든 장애인과 어르신들도 일할 수 있다. 아울러 노후 겸 인생 2모작을 준비하는 퇴직자들을 위한 지속가능 일자리를 제공하여 소득창출은 물론 자아 존중감을 향상시킬 수 있다.

사회적 농업의 유형으로는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들이 재활치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농장에서 농산물을 재배하거나 가축을 키우는 일, 농업이나 자연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받는 일, 대상자들이 농장이나 농업단체에 고용되어 적정임금을 받으며 농업활동에 참여하는 일 등이 있다.

1990년대 이후 영국을 포함한 많은 유럽 국가들이 사회적 농업을 치유와 사회통합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사회적 농업을 고용정책의 일환으로 사회적 농업 실천 농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농업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농업활동을 통해 고령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농업을 확산하기 위해 매년 신규 사회적 농장과 권역별 거점 농장을 선정하고 있다. 2020년 제주에서도 3개의 사회적 농장이 선정되었다.

그러나 사회적 농업의 확산이 전업농들의 농산물 생산과 경쟁관계에 놓이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존 농산물의 유통영역에서 나눠 먹기식이 아닌, 자체적으로 사회적 농업 생산물의 소비시장을 넓혀 사회적 농업과 전업농 간에 상생 가능한 유통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제주지역에서 스마트 팜 보급과 확대가 농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이유와 같은 이치다. 사회적 농업 농산물은 ‘사회적 농업 유통센터’를 설치하여 일반 농산물과는 다른 채널로 유통시켜야 한다. 그래야 함께할 수 있다. 사회적 농업의 유통은 매출 증대는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생산하는 친환경 농산물을 이용한 학교급식 시스템 구축과 미래세대 채식 선택권 보장에 기여하거나 더 거창하게 말하면, 비건 채식주의자들의 인권 옹호와 섭식인류의 건강권 회복에 일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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