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0년 전 잠든 광해군, 제주 원도심을 깨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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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센터, 음식·캐릭터상품·시간여행 등 프로그램 마련
道 추사 김정희 등 제주 유배인과 유배문화 재조명 빈약
영월, 단종문화제 연 20만명 방문…과천시, 추사박물관 건립
제주도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난해 11월 광해군의 식생활을 재연하고, 궁중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식을 선보였다.
제주도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난해 11월 광해군의 식생활을 재연하고, 궁중 음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음식을 선보였다.

 

광해군(1575~1641)이 제주에서 눈을 감은 1641년 음력 7월 1일을 전후해 제주에 큰 비가 내렸다고 한다.

제주에서는 이 때 내리는 비를 ‘광해우’(光海雨)라는 한다. 그를 추모하는 제주민초들의 마음이 여름 가뭄에 단비로 내렸다는 믿음으로 전해온다.

광해군은 유별난 미식가로 꼽힌다. 광해군에게 총애를 받은 이충(李?·1568~1619)은 호조판서에 올랐지만 ‘잡채 판서’로 유명하다.

광해군일기에 따르면 이충은 겨울에도 땅 속에 큰 집을 짓고 그 안에 채소를 길렀다. 당시에 구하기 힘들었던 맛난 음식을 만들어 아침·저녁으로 광해군에게 갖다 바쳤다. 광해군은 이충의 집에서 음식이 와야만 식사를 했다고 한다.

어린 아이들까지 이충을 잡채 판서라며 비꼬았다. 1670년 저술된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에서 소개된 잡채는 오이채, 무, 참버섯, 석이버섯, 표고버섯, 송이버섯, 숙주나물, 도라지, 냉이, 미나리, 파, 두릅, 고사리 등이 재료다. 꿩고기도 쓴다.

오늘날 당면과 양조간장으로 맛을 낸 게 아니라 잡채(雜菜)는 말 그대로 ‘여러 가지 채소 모둠’이었다.

‘김치 정승’과 ‘사삼각노(沙蔘閣老)’도 있었다. 김치, 더덕 반찬을 바치고 높은 벼슬을 얻었다는 뜻이다. ‘사삼’은 더덕이다.

좌의정에 오른 한효순은 더덕을 넣은 꿀떡을 바쳐 정승 자리를 얻었다는 쑥덕공론이 있었다.

이 같은 실정에도 광해군은 명나라와의 사대보다는 자주적 실리 외교에 힘쓰고, 대동법을 도입하는 등 오늘날 개혁 군주로 꼽히며 재조명을 받고 있다.

제주도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난해 11월 유배문화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관광자원화를 위해 ‘광해, 원도심을 깨우다’라는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도시재생 상생모루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광해군의 식생활에서 나온 잡채와 영화에 나왔던 팥죽 등 다양한 한식 요리가 소개됐다.

광해군이 쓴 시를 활용한 유리문진, 광해 도자기 문장, 곤룡포 소금팩 등 관광기념품 제작과 체험도 열렸다.

광해군을 모티브로 제작된 관광상품 시연회. 제주도도시재생센터 제공.
광해군을 모티브로 제작된 관광상품 시연회. 제주도도시재생센터 제공.

도시재생센터는 오현단과 광해군 적소터 표지석, 제주목 관아, 관덕정 등 광해군과 함께하는 원도심 시간여행을 마련했다. 광해군 테마상품은 원도심 공예방에서 시범 판매한 후 관광상품화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1641년 음력 7월 27일 광해군의 장례는 조정에서 온 예조참의 채유후의 주관으로 왕실의 예법에 따라 대제(大祭)가 거행됐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는 대제를 재현하는 관광상품으로 개발하지 못했다.

반면, 강원도 영월군은 2018년 제52회 단종문화제를 개최했다. 인구 3만8000여 명의 작은 도시에서 민·관군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참여하는 축제에는 연간 20만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다. 이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188억원으로 집계됐다.

추사 김정희(1786~1856)는 1840년부터 1848년까지 8년 3개월 동안 서귀포시 대정읍 인성리에 유배됐다. 유배 기간에 불멸의 추사체(秋史體)를 완성했고, 걸작인 ‘세한도(歲寒圖)’는 국보 180호로 지정됐다.

정작, 김정희의 유배생활은 과천시 추사박물관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과천시는 2013년 250억원을 들여 추사가 생을 마감한 주암동 과지초당 인근에 연면적 2830㎡의 추사박물관을 건립했다.

2000년부터 추사 관련 자료 수집에 나선 과천시는 추사연구가인 일본인 후지츠카와 그의 아들 아키나오로부터 1만5000점의 추사 유물·유품을 기증받으면서 박물관 건립과 추사 재조명 사업을 촉발시켰다.

제주도는 2007년 추사유배지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되면서 2010년 제주추사관을 건립했지만 전시 유물 대부분은 복제품이다.

제주성안 유배인 적거터 지도.
제주성안 유배인 적거터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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