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고도 첫 관문…티베트인의 치열한 삶의 흔적
차마고도 첫 관문…티베트인의 치열한 삶의 흔적
  • 제주일보
  • 승인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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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동티베트 캉딩(康定)
과거 토지 척박해 채소 부족
중국과의 말(馬)·차(茶) 교류
비타민 섭취·영양 균형 찾아
주요 명소들 강물 따라 포진
다른 지역 비해 트레킹 수월
캉딩 동쪽 관문 소공원에 들어서면 기다랗게 열 지은 다양한 군상의 조각상들을 만나게 된다. 100년 전쯤 사람들이 차마고도를 오가며 치열하게 살았던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캉딩 동쪽 관문 소공원에 들어서면 기다랗게 열 지은 다양한 군상의 조각상들을 만나게 된다. 100년 전쯤 사람들이 차마고도를 오가며 치열하게 살았던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의 배경이 되는 샹그릴라는 티베트 어디쯤으로 추정되는 가상의 낙원이었다. 1990년대 중반 외화 자본이 절실했던 중국 윈난성 정부는 관광 마케팅 일환으로 이 소설을 이용했다. 윈난 지역 중뎬(中甸)이 바로 소설 속 낙원이라며 지역 이름까지 샹그릴라로 바꿨다. 1년 후에는 인근 쓰촨성 정부까지 들고 나왔다. “아니다. 쓰촨 지역 르와(日瓦)가 진짜 샹그릴라다”라고.

어쨌든 두 지역은 샹그릴라로 개명한 후 지금까지 수십 년 톡톡히 덕을 보고 있다. 두 지역 샹그릴라의 공통점은 지금은 중국 땅이지만 옛날엔 티베트 영토였다는 것이다. 윈난성과 쓰촨성에 강제 편입됐고 인구 대부분은 여전히 티베트족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들 지역을 동티베트라고 부른다.

지금의 쓰촨성 캉딩(康定)은 티베트 땅의 가장 동쪽이자 동티베트의 동쪽 마지막 도시다.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 에필로그 부문의 몇 문장을 보면 옛 캉딩의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다.

‘캉딩은 아주 이상하고 찾아가기 어려운 도시였어. 세상의 끝에 있는 장터 마을 같은 곳이었지. 윈난에서 온 중국인 노동자들이 자신들이 가져온 차를 티베트인들에게 넘기는 곳이라네. 유럽인들은 거기까지는 가지 않지. 그곳 주민들은 꽤 예의바르고 친절했네.’

티베트와 인접한 중국 쓰촨과 윈난 지역의 차(茶)가, 티베트 고원에 풍부했던 말(馬)들과 물물교환되던 오래된 옛길(古道)이 차마고도(茶馬古道)이다. 중국인들 입장에서 보면 캉딩은 차마고도를 따라 티베트 땅으로 들어가는 찻 관문인 셈이다.

세계의 지붕 티베트 고원, 그곳에 사는 이들에게 먹거리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해발 4000m가 넘는 척박한 땅에서 가축을 끌고 물과 풀을 찾아다니며 유목민의 삶을 살아야 했다. 목축과 육식으로 단백질은 풍부했으나 채소가 모자란 만큼 비타민은 결핍이었다. 동쪽 헝돤산맥 너머 먼 길로 들어오는 중국의 차(茶)는 그래서 그들에겐 절실했고 생명수나 다름없었다. 차마고도는 중국 쓰촨과 윈난 지역에서 티베트 라싸로 연결된 길들이다.

티베트인들은 중국에서 건너온 차를 통해서 비타민을 섭취하며 영양의 균형을 찾을 수 있었고, 중국 내륙의 중원 지역에는 티베트 고원의 우수한 전투마들이 유입되면서 강력한 왕조의 기틀이 마련될 수 있었다. 지금은 대부분 포장도로들이지만 마오쩌둥이 중국을 통일하기 이전까지는 거의가 흙먼지 휘날리는 비포장 길들이었다.

차마고도는 크게 보면 알파벳 T자 모양의 두 갈래 길이다. T자의 가로축은 쓰촨성 야안(雅安)에서 캉딩, 리탕, 망캉을 거쳐 라싸로 이어지는 천장공로(川藏公路)다. 쓰촨의 천(川) 자와 티베트 장족을 일컫는 장(藏) 자가 합쳐진 이름이다. 즉, 쓰촨에서 티베트에 이르는 길을 말함이다. 이 길은 캉딩에서 북쪽으로 더꺼(德格)와 참도(昌都)를 거쳐 라싸에 이르는 또 하나의 길로 나뉘는데, 이를 천장북로(川藏北路)로 구분해 부른다.

알파벳 T자의 가로축은 윈난에서 라싸로 향하는 전장공로(滇藏公路)다. 전(滇)은 윈난 지역의 옛 이름이다. 보이차의 산지로 유명한 윈난성 남쪽 시솽반나(西雙版納)에서 시작돼 따리, 리장, 샹그릴라, 옌징을 거쳐 천장공로의 중간지점인 망캉과 만나는 루트이다. 한때까지는 마방(馬幇)들의 땀방울과 노새와 말의 분비물로 다져졌던 그 길들이 지금은 대부분 반듯하게 포장이 돼 있다.

캉딩 시내를 관통하는 저둬강의 모습.
캉딩 시내를 관통하는 저둬강의 모습.

캉딩은 중국과 경계이다 보니 한족 유입이 특히 많아졌다. 지금은 티베트 장족과 중국 한족의 비율이 반반이다. 그만큼 인근 리탕에 비해서 티베트 분위기는 훨씬 덜 느껴진다. 설산에서 녹아내라는 강물을 따라 도로 몇 개가 단순하게 이어지는 도시다. 주요 명소들이 길과 강 주변에 포진해 있어서 다른 여느 여행지보다도 수월하게 도심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캉딩이다.

▲트레킹 루트(5㎞)=캉딩동관 신터미널(康定東關 新汽车站)∼동관 차도동래 공원(東關 茶道東來)∼캉딩 수정자(康定水井子, Shuijingzi) 우물∼캉딩 정가광장(康定情歌广场)∼안각사(安觉寺)∼포마산(跑马山)∼간쯔자치주 무형 문화유산 박물관(甘孜自治州 非物质文化遗产博物馆)∼남무사(南无寺).

캉딩시 북동쪽 끝 지점에 버스 종합터미널이 있다. 정식 명칭이 캉딩동관 신터미널, 줄여서 캉딩 신처짠으로 불리기도 한다. 쳉두나 야안 방향에서 들어올 경우 내리는 캉딩시의 동쪽 관문이다. 시내 방향으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기다랗게 열 지은 다양한 군상의 조각상들과 만난다. 동관(東關)과 차도동래(茶道東來)라는 조각 글씨로 봐서 ‘동쪽 차마고도로 가는’ 또는 ‘동쪽 차마고도에서 들어오는 길목’이란 뜻이겠다. 100년쯤 전에 살았을 사람들의 치열했던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조각상들이다.

수많은 사연이 있을 법한 우물터 캉딩수정자.
수많은 사연이 있을 법한 우물터 캉딩수정자.

서쪽을 향하던 길이 남서쪽으로 방향이 틀어지면서 도심에 들어선다. 큰 물통을 등에 인 하얀 여인의 조각상이 눈길을 끈다. 역시 옛사람들의 수많은 사연이 깃들어 있을 법한 우물터이다. 인근 캉딩 정가광장은 이 지역의 유명한 사랑노래인 ‘캉딩정가’의 제목을 딴 광장이다. 많은 인파가 모여 단체로 춤을 추기도 하고, 다양한 공연도 이루어진다. 이 지역 사람들의 면면을 함축해서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안각사는 도심 한복판 대로변에 위치한 티베트 불교 사찰이다. 티베트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꼽히는 달라이 라마 5세가 17세기에 건립했다. 라싸가 중국 공산당에 점령된 뒤 달라이 라마 14세가 마오쩌둥의 요청을 받고 베이징으로 회담 하러 가는 도중, 캉딩에선 이곳 안각사에 잠시 머물렀다고 한다.

포마산은 노래 ‘캉딩정가’ 가사 첫머리에 등장하는, 캉딩을 대표하는 산이다. 해발 2700m 공원에 올라 캉딩 전 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위치이다. 한 시간 이상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고 케이블카로 편하게 오를 수도 있다. 정상 근처에 있는 곡불사(谷佛寺)에서 연인 또는 부부가 함께 기도하면 사랑이 영원해진다고도 하고, 독특한 풍모를 자랑하는 영운백탑(凌云白塔)을 세 바퀴 돌면 원하던 소원이 이뤄진다고도 한다.

포마산을 내려와선 산 입구 케이블카 탑승장 주변에 있는 박물관을 들러보는 것도 좋다. 이 지역 간쯔 자치주의 역사와 문화를 느껴볼 수 있는 의복 등 다양한 문화유산들이 전시돼 있다. 시내 가장 남쪽 명소로는 남무사가 있다. 황금빛으로 치장한 지붕들과 자주색 3층 외벽이 티베트식 사원들의 독특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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