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간 이사 비용 더 비싼 점도 인식 바꿔
가전제품 업체 신구간 할인행사 인기도 시들
제주지역 전통 이사 풍습인 ‘신구간(新舊間)’이 도민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가고 있다.
신구간은 24절기 가운데 대한(大寒) 후 5일째인 1월 25일부터 입춘(立春) 이틀 전인 2월 1일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제주에서는 이 기간 인간의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들이 임무 교대를 위해 하늘로 올라가 집을 고치거나, 이사를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속설이 오래전부터 전해져 왔다.
이 때문에 신구간은 이삿짐센터와 가전제품 판매 업체 등이 1년 중 가장 큰 특수를 누리는 시기였다.
하지만 제주의 독특한 신구간 풍습과 특수는 이제 옛말이 됐다.
24일 40년 전통의 도내 한 이삿짐 운반 업체에 따르면 올해 신구간 동안 이사 예약을 받은 건수는 하루 평균 3~4건으로, 10건이 넘었던 5년 전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업체 관계자는 “요새는 신구간과 상관없이 자신들이 편할 때 이사하는 젊은 층이 크게 늘어 신구간 이사 물량이 매년 급격히 줄고 있다”며 “예년에는 신구간 때만 몰려 이사했는데, 지금은 연중 이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신구간 이사 비용이 평소보다 최소 30만원가량 비싼 점도 이사를 꼭 신구간에 맞춰 해야 한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있다.
포장이사의 경우 신구간에는 평균 130만~150만원대로 가격이 책정됐지만, 평소에는 90만~100만원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전제품 판매 업체의 신구간 할인 행사 인기도 시들해졌다.
제주시지역 한 가전제품 판매 업체 관계자는 “해마다 신구간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매출을 보면 예년과 달라진 분위기를 실감한다”며 “젊은 세대들이 냉장고, 가구 등 생활 인프라가 모두 갖춰진 곳으로 이사하는 것을 선호해 가전제품을 사려는 수요가 많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