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과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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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대표·산림치유지도사/논설위원

제주는 용암 공원이다. 용암으로 오름을 만들고 곶자왈을 만들었다. 거무스레한 용암으로 해안가를 수놓았다. 백록담 봉우리도 올려놓았다. 동굴도 뚫었다. 곳곳마다 기기묘묘한 형상까지 세웠다. 무엇하나 똑같은 것이 없이 화산이 빚어놓은 멋 그 자체이다.

제주의 용암 공원은 180만 년의 기나긴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그때부터 화산활동이 시작됐다. 1200도의 용광로 불덩이가 빚은 작품이다. 바다에서 시작한 화산 용암은 물과 만나면서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 수증기 폭발과 냉각의 과정을 거치면서 파편처럼 부서져 날리고 날려 주변을 덮었다. 그래서 수성화산체이다. 해안 주변의 봉우리들이 대표적이다. 일명 응회환, 또는 응회구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수성화산활동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물이 없는 땅 위에서도 화산활동은 있었다. 서귀포층 이후에 일어난 대표적인 화산활동이다. 육상 전역 이곳저곳에서 용암분출이 일어났다. 한라산체를 만들고 분석구인 오름을 만들었다. 용암이 분출하면서 분화구 주변에 퇴적층이 쌓이고 때로는 흘러넘쳐 고랑이나 계곡을 만들었다.

이것만으로 공원이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거칠고 투박한 용암 표면을 깔끔하게 마감해야 했다. 급기야 파도와 햇빛과 비바람이라는 장비가 동원돼 조금씩 오랫동안 깎아냈다. 그리고 산소는 부식을 도왔다. 그 결과 용암의 날카로운 부분은 부드럽고 미끈하게 다듬어졌다. 너무 많이 다듬었는지 줄무늬 속살이 드러난 응회환도 있다.

그러함에도 용암은 자신이 살아온 과거를 고스란히 남겼다. 태어난 화산활동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고체의 성질 때문이다. 기체나 액체처럼 사라지지 않아서이다. 땅속 깊은 곳의 온도와 압력의 시기를 알려준다. 그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말해준다. 그래서 제주의 지질 역사를 용암으로 확인하고 있다.

용암에는 화산폭발 이후의 역사까지 기록돼 있다. 어떻게 휘어지고 부러지고 깎였는지를 알려준다. 퇴적암층을 조사해 사건이 일어난 순서를 알아낸다. 그렇게 용암은 엄청나게 긴 제주의 지질 역사의 진실을 말하고 있다.

기록의 대표자는 현무암이다. 이외에도 조면암과 안산암 등이 있다. 시조 격인 화강암도 있다. 이와 함께 용암에는 규소나 철, 마그네슘 등의 광물질이 있다. 이런 물질들은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거나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 몸의 생리작용에 필요한 물질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용암은 우리가 매일 마시는 지하수의 정화기능까지 한다. 적당량의 용암층 광물질이 함유된 지하수는 우리 몸의 건강을 지켜준다.

용암은 정신적 치유에도 일조한다. 웅장하고 거대한 용암돔이나 육각형 모양으로 조각상을 이룬 주상절리를 보면 신비함을 넘어 숙연해진다. 미동 하나 없이 무뚝뚝하게 서 있는 용암 형상들이지만 그들을 보노라면 무언가 꿈틀거리며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시루떡처럼 층리를 이룬 물결무늬도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어쩌면 사람도 본래 숲에서 태어나 자연과 함께 살아왔기 때문이 아닌가 여겨진다. 자연적 리듬에 맞는 진화 유전자가 사람 세포에 등록돼 있어서이다. 어두우면 잠을 자야 하고 날이 밝으면 활동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자연의 사이클에 따라 생체시계가 움직이고 있다. 이는 용암에서도 에너지 공명이 이뤄지고 있음이다. 그러기에 제주의 용암 공원을 새로운 가치로 재조명해야 한다. 단순히 보는 경관적 의미를 넘어 건강 치유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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