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권력이 된 족벌 신문과 언론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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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비평가/논설위원

현실은 뒤죽박죽이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은 실제 인과관계가 없을 때마저 인과관계의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낸다. 혼돈을 야기한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고, 그 인과관계를 명확히 짚어내지 못한다면 세상은 혼란스러워진다. 다채로운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람들은 싸운다. 그래서 “뇌는 민주주의의 다채로운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한다는 확고한 목표에 따라 이야기를 만든다.”(David Egleman)라고 했다.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최전선이 언론이다.

2021년 영화 「족벌 두 신문 이야기」가 언론개혁의 화두를 던진다. 영화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일제의 앞잡이로, 군부 독재정권과 유착하면서 소위 ‘밤의 대통령’으로, 1987년 민주화 이후 생겨난 언론 자유의 공간에서 정재계와 유착해 종편과 수십 개 계열사를 거느린 ‘불가사리’로 성장하고, 마침내 ‘스스로 권력’이 되는 걸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다. 재벌 언론이 주는 장학금 수혜를 받은 이들이 정재계 주요 자리에 오르고, 조선일보에서 시상하는 ‘청룡봉사상’을 받은 경찰들이 특진을 한다. ‘특판’, ‘기사형 광고’, ‘반사회적 광고’ 등을 기사로 둔갑시켜 장사를 한다. 코로나 정국 속에서 극우단체들의 8·15 광화문 집회의 컨트롤 타워가 되어 집회 광고를 뿌려댄다.

그런 와중에도 언론 통제에 맞서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자유언론을 구현하기 위해 싸운 기자들의 투쟁이 슬프게 전달된다. 1988년에 언론자유를 위해 투쟁한 기자들을 해고한 문제 때문에 언론청문회가 열렸을 때 이동욱 주필은 “언론이 존재하려면 언론매체, 언론기관이 존재해야 하는 겁니다. 언론매체가 없는 데는 언론인도 없고, 언론도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언론매체는 곧 족벌 신문이요, 그 신문사 사주를 위해 기자들이 복무해야 한다는 것이다. 족벌 언론이 독재정권을 향해 찬양가를 부르고, 재벌의 떡고물을 받아먹으며, 민중의 고통은 외면한 채 100년의 역사를 이어오며 만든 논리다. 이건 친일의 이유와 닮았다.

“나라는 백성의 모체다. 나라 있고서의 백성이다.…(중략)…충의의 극치는 거듭 말하거니와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치는 데 있다. 나라에 충(忠)하지 못하는 백성이야 무엇으로 백성 값에 갈 것인고.”라고 채만식은 썼다.(「홍대(鴻大)하옵신 성은」, 1443.8.3.) 문제는 그 ‘나라’가 ‘일본 제국’이라는 점. 제국주의 전쟁을 일삼는 일왕을 향해 충성 경쟁을 하며 부귀와 안락을 추구했던 족벌 신문들은 ‘나라’ 자리에 독재정권, 재벌권력을 앉혔다. 그러다 ‘스스로 권력’이 되었던 것.

영화 속에서 해직기자 ‘안종필’은 펜과 마이크를 빼앗기고 쫓겨나더라도 기자로서의 긍지와 정신을 그대로 지켜나가야 진정한 기자라 했다. 해직기자들은 1974년에 발표했던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다시금 읊조린다. “자유언론에 역행하는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자유민주사회 존립의 기본 요건인 자유언론 실천에 모든 노력을 다할 것.” 하지만 그들이 해직된 후 족벌 신문의 기자들이 족벌 언론에 저항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단다.

영화는 재벌 언론의 내부 구성원들이 각성하기를 바라고 있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와 국회는 얼마 전 언론단체들이 발표한 ‘언론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률 개정’이나 ‘민영방송의 소유와 경영분리, 편집권 독립을 보장할 신문법 개정’ 등 미디어 개혁을 위한 주장들을 경청하고, 참된 민주주의 언론의 장을 열어주는 물꼬를 터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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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러 2021-01-26 20:48:50
족벌언론보다 더 강력한 어용언론들이 더 심각한 문제올시다.

무명초 2021-01-26 14:32:02
동의합니다.
일제 침탈의 시대를 미화하며 오히려 그때를 그리워하는 족벌언론의 이야기가 참 기가막힙니다.
조.중.동의 친일부역의 역사를 청산치 않고서는 결코 언론의 기능을 다할 수 없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