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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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백두산 호랑이’는 한국 호랑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구상의 호랑이 중에서 가장 몸집이 크고 용맹하다. 아무르 호랑이라고도 한다. 과거 우리나라에도 많이 살았지만 지금은 러시아 연해주와 하바롭스크주 등에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 개체 수는 560~600마리로 추정된다. 하지만 서식지 파괴와 무분별한 밀렵 등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과 러시아 정부가 보호 노력을 하는 이유다. 한데 최근 반복되는 로드킬 사고로 백두산 호랑이가 잇따라 희생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다.

▲비록 러시아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참으로 우려스럽다. 로드킬 사고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어서다. 제주에서도 로드킬로 야생동물이 수없이 목숨을 잃고 있기에 하는 소리다. 연간 800여 마리가 사람이 만든 도로에서 자동차 등에 죽어가고 있는 게다.

그중 500여 마리가 노루다. 그리고 로드킬 당하는 동물은 야생동물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개와 고양이 등 유기동물도 포함된다. 매년 4000마리가 넘는 유기동물이 교통사고를 당해 길에서 사망하고 있는 것이다. 신고하지 않은 사례까지 합하면 실제론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로드킬(Roadkill)은 동물이 도로를 지나가다 자동차 등에 치여 죽는 사고를 뜻한다. 말 그대로 길 위의 죽음이다. 차량 증가, 대규모 도로 건설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과도하게 도로가 증설될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동물 서식지의 단절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로드킬의 피해자가 동물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차량에 탑승한 사람에게도 사망 또는 부상의 위험이 항시 존재한다. 노루를 피하려다 다른 자동차를 들이받거나 남겨진 동물 사체로 인해 연쇄 추돌사고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사람들의 피해도 적잖다는 얘기다.

▲“어제 아침에는 그 길을 건너오던/ 오소리 한 마리 승용차에 치어 죽었다/ 어젯밤에는 그 길을 건너가던/ 토종 다람쥐 한 마리 화물트럭에 받혀 죽었다/ 오늘 아침에는 그 길 위에서/ 술 취한 버스가 젊은 사람을 죽였다/ 사람이 만든 길이 착한 생명을 죽인다/ 사람이 만든 길이 사람을 죽인다.”

정일근 시인의 ‘로드킬’이다. 시는 어느 날 사람이 만든 길에서 사람도 로드킬을 당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공감이 절로 간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지나친 욕심은 언제나 화를 부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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