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목소리II 발간
보따리 속 사물을 통해 제주4·3과 남겨진 이들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사진집이 나왔다.
고현주 사진작가는 최근 4·3 사진집 ‘기억의 목소리 II (Voice of Memories II)’를 발간했다.
책은 다양한 시선으로 4·3을 조명하고 있는 고 작가의 두 번째 4·3 사진집으로, 작가는 한 제주여성의 삶이 담긴 보따리 속 사물들을 통해 그녀가 간직하고 있던 4·3의 기억을 사진으로 풀어냈다.
4·3 이후 살기 위해 죽음의 바다를 건넌 많은 제주인들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보따리 하나에 의지한 채 일본으로, 부산으로, 타지로 홀연히 제주를 떠났다.
고 작가는 수소문 끝에 부산에 살고 있는 4·3 유족 안순실씨를 만나 작업을 진행했다.
1946년생인 안씨는 4·3 때 아버지를 여의고 혼자 힘으로 자식들을 키우던 어머니까지 학창시절에 떠나보냈다. 생계를 위해 제주를 떠나야했던 안씨는 추억이 담긴 보따리를 소중히 간직하며 항상 가족들과 함께했다.
작가는 안씨가 간직하고 있던 보따리들 안 사물들을 꺼내 4·3의 기억과 남겨진 이들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내는 작업을 펼쳤다.
비녀, 염주, 엽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 등 가족들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은 그녀의 인생을 그대로 보여줬고 각각의 물건들은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졌다.
고 작가는 “4·3 유족인 안씨가 간직한 사물들 안에 한 제주여성의 역사가 당당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며 “개인의 서사가 기록이 되고, 그 기록이 역사와 문화가 되는 시대에서 개인의 서사가 새겨져 있는 사물에 주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진집은 제주도의 지원을 받아 ㈔제주국제화센터(대표 송정희)가 발행한 것으로, 유족 인터뷰에는 문봉순 제주섬문화연구소 실장과 허은실 시인이 참여했다.
고시연 기자 sy5556@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