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감래(苦盡甘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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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제주퇴허자명상원장

신축년 새해가 밝았는데 제주에는 뜻밖에도 57년 만의 한파와 폭설이 내렸다. 9년차 제주에 입도하여 살지만 이렇게 많은 눈을 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예부터 눈이 많이 내리면 그 해엔 풍년이 든다고 해서 서설(瑞雪)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어린 시절 내 고향 전라북도 부안에는 왜 그리 큰 눈이 많이 내렸던지 재 넘어 서당엘 다녀오다가 작은 고랑에 빠져 마침 그 길을 지나던 동네 아저씨의 도움으로 깊은 눈 속에서 살아나왔던 기억이 새롭다. 하마터면 겨우 여덟 살에 그만 세상이별을 할 뻔 했었던 아찔한 기억이다. 집에 돌아와서는 동네 아저씨 도움은 편집하고 나 혼자서 눈구덩이에 빠졌다가 멋지게 살아나왔다는 무용담을 가족들 앞에서 자랑을 했더니 그 후로 할머님은 보기에도 아까운 내 손자를 잃을 뻔 했다고 하시면서 더 이상 서당에는 보내지 아니 하셨다. 정말 옛날에는 여름이면 큰 비와 바람이 겨울이면 폭설이 자주 내리는 바람에 사람들의 발길을 묶어 놓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래서 그랬을까. 농경사회 문화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다름 아닌 삼재팔난(三災八難)이었다.

곧 삼재란 홍수와 화재, 태풍이 그것이며 팔난이란 ‘배고픔, 목마름, 추위, 더위, 물난리, 불난리, 칼, 병란(兵亂)’ 등을 일컫는다. 이러한 재앙이 불어 닥치면 농경문화권에 살던 우리나라는 치명적인 불운을 만나는 것이어서 소위 ‘보릿고개’라는 슬픈 계절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가난은 나라님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재앙과 기근을 만나면 어쩔 수 없이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인생은 참을 인(忍)자 인생(忍生)으로 착각하는 참고 견디는 삶을 살아야 했던 시절이었다.

세시풍습으로 전해오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인사는 우리나라의 정감어린 새해 인사말이다. 이러한 인사말이 자리 잡기까지에는 얼마나 많은 외세의 침략과 삼재팔난에 의해서 시달렸을까 하는 측은지심이 들기도 한다.

그럼 과연 복(福)이 뭘까? 복에는 ‘수명복, 부자복, 강령복, 유호덕, 고종명’이 있는데 이러한 오복을 받으려면 무엇보다 5욕을 경계해야 한다. 오욕은 ‘재물욕·색욕·식욕·명예욕·수면욕’이 그것이다. 인간의 욕망이 끝이 없지만 새해는 이 오욕에서 조금이나마 자유스럽도록 우리들의 마음 속 깊이 자리한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의 삼독심(三毒心)을 다스리는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 인간의 원초적 삼대 본능이라고 불리는 삼독심은 그냥 내버려두면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철저히 이기적인 행동을 고집한다.

따라서 신축년 흰 소띠의 새해에는 좀 더 상대를 배려(配慮)하는 마음으로 산다면 그 어떤 대인관계에서도 사랑과 공경을 받는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주변의 성공한 사람들은 거의 한 결 같이 대인관계에서 먼저 성공한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고진감래가 답이다. 그동안 참고 견디며 살아온 그 삶의 방식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누리기를 기원하며 행복은 악기연주와 같아서 내가 어떤 연주를 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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