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구동존이’를 적용할 수 없을까?
한일관계, ‘구동존이’를 적용할 수 없을까?
  • 제주일보
  • 승인 2021.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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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근형, 통일교육위원제주협의회장/논설위원

지난 1월 15일자 모 신문에 재일본 민단 중앙본부 단장인 여건이(呂健二)씨의 인터뷰 기사를 봤다. 2018년 징용 배상 판결 이후 불안감을 호소하는 재일교포들이 많고, 지난해에는 지방 민단 본부에 돌이 날아 들어와 유리창이 깨지는 일도 여러 건 있었다는 얘기다. 1월 8일 우리 법원은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에게 일본국이 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점차 개선되어가던 한일관계가 다시 경색되게 되었다. 일본 정부는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의 공권력 행사에 대해 재판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주권면제’의 국제법 원칙을 들어 우리 법원의 결정을 즉각 부정하고 나왔다. 그러나 우리 재판부는 “반인권적 행위까지도 재판권이 면제된다고 할 수 없다”면서 일본 정부의 배상을 요구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우리 법원의 판결을 정부가 어떻게 외교적 방법으로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위안부 할머니들이 겪은 고초와 그들의 인권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가슴이 아픈 것은 우리 국민 대다수일 것이다. 그런 마음을 가지면서도 여건이 민단 단장의 인터뷰를 보면서 일본에 살고 있는 재일교포와 한국인들의 일상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가 도쿄의 게이오대학 연구교수로 있던 2011년 3월에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였다. 복구 과정에 한국 전문 복구단이 파견되고, 많은 한국인들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하였다. 그 결과 한일관계는 많이 좋아졌던 게 사실이다. 당시 5월 초쯤 부임했던 신각수 전 주일대사를 롯폰기의 외국인 성당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요즘 한일관계가 좋아져서 대사직을 수행하기가 쉽겠다는 농담을 했더니 신 대사께서 정말 그렇다고 했던 일화가 생각이 난다. 그 후 2012년 아베 정권이 등장하고, 박근혜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 없이 한일관계 개선은 없다는 완강한 태도를 보이면서 신각수 대사는 정말 힘든 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도쿄의 가장 번화한 지역의 하나인 ‘신주쿠’ 다음 역이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식당, 한류 용품 등이 많은 ‘신오쿠보’ 역이다. 주말이면 한국문화를 체험하려는 일본 학생들, 아줌마들,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유명한 순대국집이 있어 도쿄에 갈 때마다 들리곤 한다. 그런데 2013년 이후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신오쿠보 거리가 한산해지고,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문을 닫는 곳이 많다는 기사를 접하곤 했다. 빈자리를 베트남 식당들이 들어선다는 뉴스도 본 적이 있다. 2016년 말에 찾았을 때는 그런대로 사람들이 북적였던 것 같다. 2015년 말 박근혜-아베 간의 위안부 합의가 나온 이후여서 다시 신오쿠보의 경기가 활기를 찾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서로 입장이 완전히 달라 어떤 진척도 없을 때, 우리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태도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통점은 구하고 차이점은 놔둔다는 뜻인데, 국가 간 관계에서 상이한 입장이 대립될 때 이러한 외교적 접근을 시도하는 것이 유용하다. 한일 간에는 과거사와 같이 명백한 대립점이 있다. 이 점에서는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하면서도, 팽창하는 대중국 견제, 북핵 문제의 공동 대처, 자유민주주의의 가치 협력, 기술협력 면에서 서로 협조하여 공동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오늘의 젊은 세대들이 이끌어갈 미래의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도 공통이익을 추구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양국은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복원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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