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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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두흥, 수필가/논설위원

노력이나 희생 없이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것이 나이입니다.

부자나 빈자나 지위가 높고 낮거나 남녀 구분 없이 12월이 지나면 스스로 한 살씩 더 먹습니다. 1950년 무렵 부모님이 61세에 이르면 장수하셨다며, 자식들이 모여 음식을 마련하고 마을 분을 초청해 기쁨을 나누는 환갑잔치를 벌였습니다. 그때는 먹고 살기 어려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에서나 이뤄졌고, 대부분 치르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요즘은 장수하는 분이 늘면서 환갑잔치는 사라졌습니다.

현대는 과학 문명의 발달로 수명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서울의 지하철 무임승차 기준은 만 65세 이상이고, 제주는 만 70세부터입니다. ‘노화는 태어나면서 죽음에 이르는 시기의 흐름’이라고 동물학자 콘호드는 말했습니다. 노화는 개인, 남녀 간의 차이가 있으나 유전이 많이 관계된답니다. 대한노인회가 최근 복지정책의 기준이 되는 노인 연령 기준을 ‘만 65세 이상’에서 ‘만 70세 이상’으로 높이자고 주장하면서 찬반 논란이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누구나 노인은 될 수 있으나 어르신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노인은 늙은이 행세를 합니다. 주민등록번호가 앞섰다고 주장하거나 자기 의견이나 고집을 버리지 못합니다. 이제 배울 것이 더 없어 뭐든지 최고라 생각합니다. 대가 없이 받기만을 바랍니다. 자기 뜻에 따르지 않는다고 불평과 불만이 많습니다. 모든 일에 간섭하고 양보할 줄 모르고 지배하려 하지요. 고독하고 외로워하며 자기가 모든 걸 잘 아는 사람이라고 자처합니다. 갖고 있었던 물품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고 공짜를 좋아합니다.

어르신은 다릅니다. 주위로부터 존경받는 분으로 자신을 가꾸고 부지런히 모든 일에 힘쓰고 노력합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너그럽게 아량을 가집니다. 좋은 덕담을 해주고 긍정적입니다. 절제할 줄 알고 겸손하며 알아도 모른 척합니다. 언제나 배우면서 주변에 좋은 친구를 둬 활달한 모습으로 지냅니다. 혜택을 받으면 반드시 값을 치를 줄 압니다. 자신을 보살피고 건강을 유지하려고 스스로 항상 노력합니다. 상대에게 베풀거나 지갑과 마음을 언제나 열고 다닙니다.

오늘을 사는 노인들은 자성해야 합니다. 아름답게 늙어가야 할 노인들이 삼강오륜도 잊히고 귀 막은 지 오래된 듯합니다. 존경하고 싶은 어르신들이 가뭄에 콩나듯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많은 세계화 시대입니다. 인생의 3분의 1은 준비 시기, 3분의 1은 먹고살기 위해 땀 흘리고, 3분의 1은 주역으로 익어가는 황혼기라 합니다. 젊은 시절 일만 하며 자신을 위한 노후 설계나 건강을 챙기지 못하고 소외와 홀대 속에 사셨던 분입니다. 나이 들면 인체 모든 장기의 기능은 점차 활력을 잃습니다. 하지만 그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대비한다면, 인생을 오랫동안 활기차게 지낼 수 있지요. 나이 들수록 건강관리에 세심한 계획을 세우고, 어떤 일이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내가 독립해서 살 수 있는 기반과 정성을 쏟을 수 있는 소일거리를 만들어야죠. 변화하는 사회에서 인생 후반의 희망찬 삶을 위해 다소곳이 경건한 마음으로 자성해 볼 일입니다. 언젠가는 둘 다 주머니 없는 옷을 입고 홀로 떠나며 뭔가를 남기고 가겠지요. 노인의 빈소에는 빈 병만 뒹굴고 유산만 남깁니다. 어르신의 자리엔 존경과 추억의 찬사가 넘칩니다.

나이 들수록 어르신의 길을 걸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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