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제자리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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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일요일인 지난 7일 검사장급 인사를 기습 발표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 패싱 논란이 재연되더니 결국 사달이 났다.

임명된 지 두 달도 안 된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 장관과의 검사장급 인사 갈등으로 인해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청와대는 17일 신 수석이 법무부와 검사장급 인사에 대한 이견 때문에 사의를 밝혔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신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 출신 민정수석인데다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고, 검찰 내에서도 신망이 높아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을 해소하고 검찰 개혁을 마무리할 적임자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서 중간 조정 역할은 고사하고 지난주 전격적으로 이뤄진 검사장급 인사에서 배제되면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 수석은 문 대통령의 만류에도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에서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정권 관련 수사들을 뭉개면서 후배 검사들로부터도 비판을 받아 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고, 윤 총장 징계에 핵심 역할을 했던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사실상 영전됐다.

▲각득기소(各得其所)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이 있어야 할 그 곳에 있게 된다’는 뜻으로 사람들이 각자 그 능력과 적성에 따라 적절하게 맡은 소임을 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서(漢書) ‘동방삭전편’에 나오는 전한(前漢)의 무제(武帝) 때의 이야기다.

무제는 여동생의 아들(조카)이자 자신의 사위인 소평군이 술에 취해 관원을 죽이자 “‘아들을 지켜주겠다’는 여동생과의 약속을 지켜야 된다”고 신하들이 사면을 주청했으나 “비록 내 사위지만 법을 어긴 자를 그냥두면 천하 만민의 신용을 잃는다”며 법에 따라 사형에 처했다.

그때 동방삭이 무제에 술잔을 바치며 “상벌이 공정하니 천하의 복입니다”라고 말하자 무제는 아무 말 없이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날 저녁 동방삭은 무제가 “내 심정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나무라자 “폐하의 공정함을 찬양하고 슬픔을 위로하기 위해 술잔을 바쳤습니다”라고 말했다. 그 후 무제는 동방삭을 더욱 총애했다고 한다.

▲우려했던 대로 추미애 전 장관 시절 검찰 인사 갈등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각자 있어야 할 곳에서 제 역할에 충실하지 않으니 바람 잘 날이 없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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