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의 실상(實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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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수필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한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말이다. 봄비가 내린다는 우수도 지났으니, 머잖아 봄이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설 것이다. 겨우내 얼었던 강물이 풀리고,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봄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 바쁜 계절이다.

그러나 봄이 왔다고 마냥 설쳐서는 안된다. 진정한 봄을 맞이하기엔 넘어야 할 고비가 있다. 봄인가 잠시 방심하는 순간, 꽃샘추위가 들이닥쳐 온통 세상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놓는다.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꽃이 처참하게 찢겨 나가고,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얼어 죽었다는 소식도 듣는다.

봄이 온 것인지, 겨울로 다시 회귀하는 것인지, 잠시 어리둥절할 때가 있다. 한 몸에 두 얼굴을 가진 봄의 실상을 보면서, 어지러운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우리나라 전통춤인 탈춤이 있다. 탈춤은 말 그대로 탈을 쓰고 공연자와 관객이 한 마당에서 어울려 즐기는 놀이다. 자신의 얼굴을 감추는 탈을 쓰고 평소에 마음에 품었던 한을, 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풀어낸다. 한마디로 서민들이 탈을 써 위장함으로써 양반들의 눈치를 채지 못하게 풍자했던 것이다. 어느 것이 참이고 거짓인지 알 길이 없다.

요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봄처럼 탈을 쓴 것 같은 두 얼굴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학교 폭력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뿌리 깊게 박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최근 TV 조선 예능 미스트롯2에 출연한 J가 학창시절 학교폭력 의혹이 제기돼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그는 ‘가슴이 찢어지게 후회스럽고 스스로가 너무 원망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가 하면 유명 배구인 쌍둥이 자매도 중학교 시절 배구부에서 함께 지내던 동료들을 폭행하고 흉기로 위협하거나, 육체적·정신적 폭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나와 공분을 샀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그들은 깊이 죄책감을 느낀다며, “철없었던 지난날 저질렀던 행동”이라면서 자필 사과까지 했다. 10년 전의 일이라 선수들은 까맣게 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피해를 본 학생들은 하루하루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지냈을 것이다. 운동선수가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덕목은 인성이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 하더라도 인품이 갖추어지지 못하면 선수로서의 자질을 잃게 된다.

대법원장이 이런저런 일로 거짓말 논란에 휩싸이는 일도 벌어졌다. 그는 취임사에서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고, 사법부의 독립을 확고히 지키고, 국민의 준엄한 명령임을 한시도 잊지 않겠다”라 천명했다. 그러나 거짓이 드러났다. 사법의 수장이 거짓말을 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평민도 아니고 법을 엄격히 지키고 수행해야 할 대법원장이 거짓말이란 탈을 쓰다니, 할 말을 잊는다.

어쩌면 우리 사회의 다른 두 얼굴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는 잘못된 사회적 구조와 지도자들의 그릇된 생각과 자신들의 입맛에 맞추려는 데 있다. 편 가르기와 이기심뿐이다.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다. 같은 사안도 자신들이 하면 정의요 다른 사람이 하면 불의라 한다.

우리 사회가 정의롭고 바른 사회가 되려면, 지도자들의 도덕적 양심과 언행, 믿음과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겉과 속이 다른 두 얼굴을 가진 이상, 코로나19처럼 어두운 터널에서 벗어나기란 요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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