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결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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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같은 음식을 자신이 직접 선택했을 때와 남이 임의로 시켰을 때 어떤 차이가 있을까. 아마 스스로 고른 음식의 맛이 꽤 좋았을 게다. 즐거움과 만족감도 또한 남다를 게다. 자기결정권 때문이다. 자기결정권은 말 그대로 무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을 뜻한다.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헌법상 자기결정권은 국가권력으로부터 간섭 없이 일정한 사적 사항에 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의적 권리를 의미한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인간관을 전제로 하고 있다.

▲자기결정권은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기 위한 최고의 가치 중 하나다. 그러기 위해선 인격의 주체로서 자기의 운명이나 행위 등에 대해 자유롭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자신의 생활영역에서 구속이나 속박따위가 없이 제 마음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범위는 광범위하다. 결혼·이혼·출산·피임·낙태 등 인생의 전반에 걸친 설계에 관한 사항, 머리모양·복장·취미·흡연·음주 등 생활방식, 혼전성교·혼외성교·동성애 등 성적 행동, 연명치료·자살·장기이식 등 생명에 관한 사항 등이 그것이다.

▲자기결정권은 정치행정, 경제산업 등의 영역에서도 적용된다.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등을 논할 때도 빼놓을 수 없다. 자기 지역의 일을 지역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처리하는 지방자치의 핵심가치가 자기결정권이어서다. 지방분권도 지역 주민과 그 대표자가 지역의 정치행정에 제도적 자기결정권을 갖고 결과에 책임을 질 때 확립된다.

국책사업도 마찬가지다.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의 삶과 밀접한 국책사업 의사 결정에 참여할 때 공익적 가치에 부합하면서 실질적인 지방자치가 자리매김하게 된다. 그 반대의 경우엔 주민들의 자기결정권이 침해돼 풀뿌리 민주주의가 위협받게 된다.

▲국책사업인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은 제주사회의 최대 현안이다. 2015년 11월 예정지가 발표된 이래 지금까지 찬반을 둘러싼 도민 간 첨예한 대립과 갈등이 이어져 왔다. 그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도 감수해야만 했다. 추진 과정에서 도민들의 자기결정권이 배제된 탓이다.

돌고 돌아 마침내 6년 만에 자기결정권이 구현됐다. 최근 전체 도민의 뜻을 묻는 찬반 여론조사가 실시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23일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제출됐다. 도민들의 이목이 국토부에 쏠리는 이유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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