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백수문’은 원래 중국 후량(後梁)시대에 주흥사(周興嗣)라는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책을 만들다보니 머리털이 허옇게 세었다는 고사(故事)에서 유래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백수문을 ‘천자문(千字文)’의 별칭으로 불렸다.
특히 아이들이 서당에 입학하는 새봄 3월에 흔히 쓰이는 말이고 이 때에 화제가 되는 책이름이다.
때가 3월이라, 백수문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어느 친지의 아이가 서당에 입학을 하면 1000명의 친지들이 각자 한 자씩 ‘천자문’을 써서 그것으로 책을 엮어 그 아이에게 선물함으로써 면학과 장수를 축원해주는 것이 백수문이다.
‘백수’는 하얀 머리, 즉 장수를 뜻하며 백수문은 머리카락이 파뿌리가 되도록 장수를 기원하는 글이란 뜻이다.
하늘 천(天), 따 지(地)로 시작하는 이 책은 보통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천(天)’자를 쓰고 그 밑에 ‘하늘 천’이라고 훈을 달았으며 그 곁에 쓴 사람의 자필 이름과 함께 도장을 찍거나 사인을 하고 있다.
▲요즘 세상에 1000명이 직접 한 자씩 쓰고 사인을 하고 축원하는 이렇게 정성 어린 책이 어디 있을 것인가.
이만한 축원을 받고 어떻게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있으며 또 어떻게 장수하지 않을 수 있을까.
또 이 세상 어느 나라에서 한 친지의 아이를 위해 이만한 정성을 들이는 어떤 나라가 있었던가 싶어진다.
천자문 한 자 한 자를 받기 위해 그 부모는 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글받기’를 시작한다 하니 그 부모의 마음을 충분히 알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세계교육사에 이만한 우리의 자랑거리가 또 있을까.
▲우리 교육도 이제 한글전용의 착각에서 벗어나 동북아(東北亞)의 공용문자인 한자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초등학교에서 ‘천자문’을 다 떼는 한자교육을 하자는 주장은 아니다.
초.중.고교 과정에서 적어도 천 자 정도의 한자교육을 강화시켜 독서력을 길러주자는 것이다.
대학생이 되어 ‘천자문’도 알지 못한다면 동북아중심국가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시대에 영어도 중요하지만 한자교육의 절실함을 느끼며 ‘백수문’의 전통을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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