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이 풀 뜯는 한가로운 길…마음을 치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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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아일랜드 위클로 웨이
힐링 트레일 명소…총 거리 135㎞로 느긋하게 7일 소요
화이트힐 오르면서 장대한 파워스코트 폭포 볼 수 있어
글렌다락서 역사적 성지 ‘The Monastic City’도 관광
노크리 유스호스텔에서 올드 브리지로 가는 길. 다글 강이 만들어내는 파워스코트 폭포의 장대한 물줄기를 볼 수 있고, 산 능선의 초원에서 풀 뜯는 수백 마리의 양들이 반겨주기도 한다.
노크리 유스호스텔에서 올드 브리지로 가는 길. 다글 강이 만들어내는 파워스코트 폭포의 장대한 물줄기를 볼 수 있고, 산 능선의 초원에서 풀 뜯는 수백 마리의 양들이 반겨주기도 한다.

아일랜드 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보여행길이 위클로 웨이(Wickrow Way)다. 170여 년 전 수백만이 굶어 죽은 ‘감자 대기근’ 당시 허기진 민중들이 빈 망태기를 등에 지고 누볐을 밭과 들판, 영국군을 피해 산속으로 숨어든 IRA군들이 무기를 메고 피땀을 쏟았을 숲과 골짜기가 있다. 

그 오래된 옛길들이 존 B. 말론이라는 한 여행작가의 노력에 의해 하나의 길로 이어져 아일랜드 최초의 장거리 도보여행길이 됐다. 

35년이 지난 지금 위클로 웨이는 아일랜드뿐만 아니라 많은 유럽인들이 찾는 힐링 트레일로 변모해 있다. 

아일랜드는 우리의 경기, 충청, 영남, 호남처럼 얼스터, 코나트, 먼스터, 렌스터라는 4개의 지방으로 이뤄진다. 위클로 웨이는 이들 중 남동부 지방인 렌스터에 속한다. 길의 시작점은 수도 더블린 시가 있는 더블린 카운티의 남쪽 끝 말레이 공원이다. 산과 들과 마을들을 잇다가 위클로 카운티의 한 시골 공원에서 끝난다.

아일랜드에서는 걷기 좋은 여행길들을 ‘National Waymarked Trails’라는 이름으로 정부에서 지정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이들 중 아일랜드 최초의 도보여행 길인 위클로 웨이는 1982년에 전구간이 완성됐다. 총 거리는 132㎞다. 느긋하게 7일 정도 여정으로 걷는 게 좋다. 제주의 오름과 같은 완만한 산들을 매일 한 두 번씩 넘지만 전 구간에 걸쳐 가장 높은 산인 화이트힐의 해발은 630m에 불과하다. 오르막만 합친 총 고도는 3000m 조금 못 된다. 오르고 내리기에 그다지 힘이 들진 않는다. 

제주올레의 ‘간세’처럼 ‘옐로우맨(Yellow-man)’이라 불리는 노란색 길 안내 표지가 잘 돼 있다. 길 잃고 헤맬 염려는 거의 없다. 우리 국내엔 아직은 트레킹 마니아들 일부에게만 알려져 있다. 걷는 여정 내내 마을이 별로 없고 시골집들만 간간히 한 두 개씩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아일랜드의 따뜻한 시골 정서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일주일 여정이 된다. 

▲1일차 (20km): 말레이 공원-6km-킬마쇼그 오솔길 끝 지점(260m)-5km-보라나랄트리 다리-9km-노크리 유스호스텔

1㎞ 안 되는 거리를 거의 한 시간 걸리게 할 만큼 말레이 공원은 지나는 이의 발걸음을 늦추는 매력이 있다. 킬마쇼그 숲에 오르면 멀리 아이리시 해안의 더블린 항이 그림처럼 펼쳐지며 장엄함을 더해준다. 글렌컬란 강을 건너면서 더블린 카운티에서 위클로 카운티로 행정구역이 바뀐다. 경기도에서 충청북도로 들어서는 것처럼. 

▲2일차 (21km): 노크리 유스호스텔-10km-화이트힐 정상-3km-JB 말론 공원 주차장(460m)-8km-올드 브리지

산 정상인 화이트힐까지 오르는 초기 10㎞는 전 구간 통틀어 하이라이트이다. 다글 강이 만들어내는 파워스코트 폭포의 장대한 물줄기를 볼 수 있고, 산 능선의 초원에서 풀 뜯는 수백 마리의 양들이 반겨주기도 한다. 

화이트힐 정상은 늪지대이다. 늪 한가운데를 길고 묵직한 나무다리가 가로지르고 있어 안개구름과 함께 꿈속을 걷듯 몽환적이 된다. 

▲3일차 (9km): 올드 브리지-4km-브러셔갭 헛-1km-패독 힐-4km-글렌다락

100년 된 석조 다리의 마을 올드 브리지에서 출발해 패독 힐에 오른 후 반대편으로 내려온다. 도착지인 글렌다락 마을은 역사적 성지로 꼽히는 ‘The Monastic City’ 때문에 위클로 웨이 전 구간 중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이다. 초기 아일랜드 기독교인들의 정착촌이었으면서 지금은 공원묘지로 이용되고 있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대성당 터와 세인트 케빈 교회 그리고 석탑 라운드 타워 주변을 보려고 들른다. 

글렌다락 ‘The Monastic City’ 내부에 있는 높다란 석탑.
글렌다락 ‘The Monastic City’ 내부에 있는 높다란 석탑.
글렌다락 호수. 글렌다락은 ‘두 개의 호수(dalough)가 있는 계곡(glen)’이란 뜻이다.
글렌다락 호수. 글렌다락은 ‘두 개의 호수(dalough)가 있는 계곡(glen)’이란 뜻이다.

▲4일차 (15km): 글렌다락-9km-뮬라코 산 정상 근처(580m)-3km-뮬라코헛-3km-글렌마루아

글렌다락은 ‘두 개의 호수(dalough)가 있는 계곡(glen)’이란 뜻이다. 호수 두 개를 떠나 목적지 글렌마루아까지 전날처럼 쉬운 구간이다. 뮬라코 산 정상 근처인 해발 580m까지 올라갔다 내려와야 하지만 능선이 길어서 완만하게 느껴진다. 숲길에서 폭포를 마주하며 땀을 식히는 것도 좋고, 넓은 임도에서는 잠시 눈 감고 걸어도 될 만큼 편안한 구간이다. 

글렌마루아에서 모인 삼거리로 가는 길에 있는 두 번째 대피소 막사 ‘Mucklagh hut’.
글렌마루아에서 모인 삼거리로 가는 길에 있는 두 번째 대피소 막사 ‘Mucklagh hut’.

▲5일차 (22km): 글렌마루아-10km-묵클라 헛-3km-아이언 브릿지-9km-모인(Moyne) 삼거리

소와 양들이 서로 구역을 나누어 사이좋게 풀을 뜯는 아침 초원을 바라보며 아본베그 강을 건너면 산길 임도로 들어선다. 해발 560m의 슬리브만 산 정상 근처까지 올랐다가 잠시 내려온 후 캐릭카세인 산의 울창한 능선 숲을 따라 걷는다. 길 양쪽 숲이 너무나 울창하고 습해 기괴한 원시림을 연상시킨다. 숲을 내려오는 길목의 묵클라 헛 탁자에 앉으면 그 아래로 펼쳐진 아일랜드의 들판 정경에 한참을 취해 있게 된다. 

▲6일차 (19km) : 모인 삼거리-8km-망간 숲-8km-뮬리나커프-3km-러그나퀼리아 비앤비

발리컴버 힐로 불리는 일대의 야산들 중 해발 397m의 개리호에 산의 동쪽 능선을 따라 넘어가는 산길이 전반부이다. 이후 차도와 오솔길 그리고 산길을 번갈아 지난다. 한적한 시골 마을 뮬리나커프에서 2㎞를 더 지나면 스트라나켈리 마을 사거리에서 유명한 선술집과 만난다. 아일랜드 시골의 정통 아이리시 펍(Pub) ‘다잉 카우(The Dying Cow)’다. 위클로 웨이를 걷는 많은 이들이 참새처럼 들러야 하는 방앗간이다. 

▲7일차 (26km): 러그나퀼리아 비앤비-3km-세인트 피니언스 성당-5km-라히나킷 숲 입구-10km-얼랜드 언덕 뉴리 숲-4km-위클로우 브리지-4km-크로니갈

  포장된 시골길을 한 시간 반 정도 걸은 후 라히나킷 숲과 스토킨 언덕 등 몇 개의 언덕을 넘어가는 능선 숲길을 지난다. 아일랜드 숲의 매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는 구간이다. 

위클로 웨이 일주일 여정의 종착지는 크로니갈 마을 어귀의 조그마한 정원이다. 꽃밭으로 둘레 쳐진 두터운 잔디밭에 나무 탁자와 석조 벤치가 놓여있고, 그 옆에 옛 우물터가 남아 있어 한껏 정겨움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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