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 치유
지형 치유
  • 제주일보
  • 승인 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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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조, 제주숲치유연구센터대표·산림치유지도사/논설위원

울창한 숲의 경사진 산림지형을 보행한다. 청정한 공기와 피톤치드를 마신다.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한다. 적당한 경사지를 오르고 내리면서 심신을 단련한다. 들판이나 주거지대를 거치기도 한다. 이는 1860년대부터 독일에서 유행한 산림지형치유이다.

지형은 산악경관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이다. 지형의 굴곡과 높낮이는 다양한 매력을 창출한다. 그 위에 덮여 있는 숲과의 조화는 단조로움을 없앤다. 높낮이가 많고 변화 있는 기복지형은 숲과 어우러져 곡선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이처럼 기복지형 보행은 신진대사에 긍정적인 치유를 제공한다. 신체 근육량을 늘린다. 소화 기능과 열량 소모를 높인다. 신경계통 질환은 물론 심장과 순환기 환자에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된다. 그래서 독일에서는 크나이프요법을 창안하고 자연회복의학으로 성장했다.

그렇게 볼 때 제주는 어떤가? 제주의 지형은 건강치유를 위해 만들어진 종합 세트장이다. 바다 해안에서 한라산 백록담까지 고도별 지형이 뚜렷하다. 고도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치유인자의 특성이 다양하다. 기후는 물론 식생의 분포, 평지와 오름 경사지, 계곡 등이 하나로 묶어진 숲치유 보물창고이다.

지형별 특징에 따른 치유인자를 세분화하면 제주는 4개의 고도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가장 낮은 고도권역이다. 해발 100m 이하의 해안 저지대이다. 경사도는 3도 이하로 매우 완만하다. 면적은 대략 669.02㎢로 전체면적 1849.18㎢의 36.2%에 이른다. 본섬 해안선의 길이는 420㎞이다. 해안은 거칠고 날카롭고 검은 바위로 이뤄져 있다.

저지대에는 해안마을이 형성돼 있다. 마을을 중심으로 포구가 있다. 포구는 그 옛날 다른 지역으로 나가거나 바다로 나가는 공간이다. 또는 다른 지역에서 들어오는 공간이다. 해산물 채취 등 해안마을 주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다. 또한, 토질이 좋아 농경지로 많이 이용된다.

둘째는 중산간 지대이다. 해발고도 101~500m의 권역이다. 면적은 대략 843.01㎢로 전체면적의 45.6%를 차지해 가장 넓다. 이곳은 중산간 마을과 넓은 초지대로 유휴지나 목장지대가 많다. 200m 이상은 5~15도의 경사를 이룬 용암지대를 이루기도 한다. 토질이 척박하고 투과성이 높아 건조현상이 나타난다. 초지대에는 잔디군락, 띠군락, 억새군락을 이룬다.

셋째는 저고산지대이다. 해발 501~1000m의 권역이다. 면적은 대략 255.6㎢이다. 전체면적의 약 13.8%를 차지한다. 이곳에는 울창한 원시림지대를 이룬다. 낙엽 활엽수림대와 침엽수림대가 공존한다. 서어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 산딸나무, 산벚나무 등이 자생한다.

넷째는 고산지대이다. 해발 1001m 이상의 권역이다. 면적은 약 81.55㎢로 전체면적의 약 4.4%를 차지한다. 이곳은 원시림지대와 함께 고도가 높아질수록 고원 관목지대를 이룬다. 1200~1400m 사이 고지대에는 신갈나무, 서어나무, 당단풍, 마가목 등이 혼생한다. 1400m에서 백록담 정상 인근까지 분포하는 구상나무 군락은 한라산 아한대의 대표적인 식물이다. 산철쭉과 털진달래 군락도 한몫한다.

이처럼 제주의 뚜렷한 고도차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제주만이 갖는 독특한 치유자원이다. 고도별 지형이나 기후에 따른 기복지형 치유나 기후치유를 적용하는데 안성맞춤이다. 한해 수천만 명이 찾는 청정환경. 이들을 위한 종합 치유프로그램을 개발해 적용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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