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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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진 동화작가

흑흑, 저 어린 것이 얼마나 힘들까요? 선생님 잘 부탁합니다!”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저희도 보호자님과 똑같으니 너무 상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흐느끼는 보호자를 뒤로하고 환자를 태운 병상病床은 조용히 수술실로 사라져갔다. 대화 내용으로만 봐서는 환자가 당연히 사람이라야 한다. 하지만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아픈 반려동물 이야기를 4부작으로 방영했던 메디컬다큐에서 견주犬主와 수의사의 대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오늘 밤 이태 전으로 기억되는 대화 장면을 다시 떠올리며 펫휴머니제이션(PetHumanization)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어인 일인가?

재작년 기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인구는 천만 명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제 방송에서도 동물이 사람과 똑같은 인격체(?)로 대우받는 세상이 되었다. 반려동물로 인한 피해와 사회적 갈등을 넘어 아예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동의를 얻고 있어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왜 사람들은 이토록 반려동물에 열광하는 것일까? 개라는 표현조차 조심스럽지만 바야흐로 개의 전성시대가 아닌가? 주변을 보라. 저출산, 비혼, 고령화로 가족 구성원의 빈자리를 빠르게 반려동물로 대체하고 있고 저출산과 맞물려 아이 없이 반려동물과 사는 맞벌이 부부인 딩펫(dinkpet)이 또 얼마나 많은가?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겠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젠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펫티켓이 더욱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배려하고 내가 좋아한다고 다른 사람도 좋아할 것이라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탈피할 수만 있다면 더욱 행복한 산책길이 되지 않을까? 반려동물들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이제 다반사가 되었기에 하는 말이다.

오늘따라 오등이가 생각나는 건 어인 일일까? 나에겐 애완동물이었던 깜둥이 강아지 오등이. 내가 사는 마을 이름을 빌려 작은아들이 이름을 붙였었다. 지금은 하늘나라에 갔겠지만 20여 년 전 헤어지기에 앞서 나를 쳐다보던 그 글썽글썽한 눈망울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려온다. 내가 다시는 동물을 기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물을 사랑하기에 정녕 동물을 기를 수 없다는 이 역설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경칩을 앞두고 있어서일까? 이제 기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어 반려견과 함께하는 산책객들도 더 많아질 것이다. 새봄 펫티켓으로 산책길을 기분 좋게 하는 견주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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