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 너머의 과제, 글로벌 인재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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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논설위원

어느 시인의 3월은, 흐르는 계곡물에 귀 기울이면 겨울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시작된다.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릴까.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jiles)에게 3월은, 공부나 학문을 장려하는 장학금을 타기 위해 가슴 졸이는 학생들의 방망이질 소리로 다가온다. 얼마나 가슴이 저려오는지.

오늘이 제주인재육성장학금을 신청하는 마지막 날이다. 지난 주말에 이미 21의 경쟁률을 넘어섰으니 얼마나 전화통에 불이 날까. 코로나 19의 상황을 감안하면, 작년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길게 줄을 서리라. 600통이 넘게 밀려드는 질문 공세 또한 장학금에 대한 수요초과의 전조다. 첫 번째로 많은 질문은, ‘내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자격이 된다면 무조건 넣어보세요!’라 답한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게 흙수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제주도 삶의 자세가 아니던가. 게다가 성적에 기준한 성취 장학금뿐 아니라 희망, 재능, 특별 장학금도 있다. 올해는 이 4가지 장학금을 통틀어 약 200명에게 37000만 원을 지급한다. 제주인재육성장학기금 1248000만 원에서 나오는 이자와 제주도정이 출연한 예산이 재원이다. , Jiles는 이사장이 원희룡 지사다. 두 번째 질문은,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은 안 되느냐?’. 작년에는 박사과정생도 연구 실적과 성적이 심사를 통과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석사까지로 낮췄다. 더 낮은 곳으로 물을 흘려보내자는 취지다. 실망하는 이들에게 미래를 기약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장학기금을 확충하지 못한 책임에 고개가 숙여진다. 사실 제주인재육성장학기금은 2000년도 제주국제화장학재단으로 출범할 때만 해도 복권기금 55억 원을 일거에 투입해 타 지자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지금은 충북이 809, 충남 598, 전남 522, 인천 340억 원 순으로 기금이 늘었다. 이렇게 확보된 재원으로, 충남은 연간 5명 내외의 인재를 해외에 보낸다. 국비유학에 준하는 지원이 동력이다. 소박한 장학의 경계를 넘어선 인재육성의 행보가 부럽다. 실은 한국장학재단이 대학생 학자금 지원을 폭넓게 담당하면서 장학금의 후광효과가 약화되는 추세다. 우등상장보다 더 소중하던 장학증서가 가끔은 장학금 수여 현장에 나뒹굴기도 한다.

이렇게 장학의 빛이 바래감에 따라 전국의 17개 시·도 평생교육진흥원 중에서 장학기능을 수행하는 곳들이 이름 앞에 인재를 붙이기 시작했다. 장학을 넘어서 인재육성으로 미션의 지경을 넓히겠단 취지다. 지금은 유일하게 제주만이 장학이란 명칭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Jiles 또한 장학을 넘어선 영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51의 경쟁률을 보였던 대학생 해외배낭연수, 대기업과 연계해서 야심 차게 추진한 AI 인력양성 사업 등이 그 예다. 단순히 배움을 장려하기보다 꿈을 키워주고 역량을 높여주는 인재육성 쪽으로 방향키를 돌린 셈이다.

최근 들어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공약하면서 국가적으로도 인재의 전형이 바뀌고 있다. 탁월한 창의력과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부를 일군 김 의장이 의외로 흑수저인 점. 금수저 기업인들과 달리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부의 목적이라는 것. 이 두 가지가 결합하여 형성된 새로운 인재상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사회가 공인하는 지속가능 리더.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빌려 제주의 학생들을 응원한다.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그렇게 희망하는 세계로 마음껏 나가보아! 개천에서도 용이 나듯, 게무로사 살암시민 살아질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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