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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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경제부장

제주 감귤은 크게 ‘온주밀감’과 ‘만감류’로 나뉜다.

온주밀감은 수확 시기에 따라 극조생, 조생, 중·만생으로 분류되고 재배 방법에 따라 노지와 시설(하우스) 감귤로 구분된다. 시설 재배는 다시 열을 가해 재배하는 가온과 비가온(비가림)이 있다.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온주밀감을 대신해 만감류로 갈아타고, 시설 재배로 전환하는 농가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노지 재배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보통 12월 수확 후 저장했다가 이듬해 늦게 출하했던 중·만생이 많이 재배됐는데 오렌지 수입과 한라봉·레드향·천혜향 등 만감류 생산이 늘면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자 조생 또는 극조생으로 전환하는 농가가 늘었다.

온주밀감은 프랑스 출신 에밀 조셉 타케 신부(1873~1952, 한국명 엄기택)가 1911년 일본에서 ‘미장온주’ 15그루를 들여와 서귀포시지역에 심은 이후 널리 보급됐다.

온주밀감은 1960년대를 지나 1970년대에 이르러서도 지금처럼 누구나 시장에서 구입해 먹을 수 없는 귀한 과일이었다.

당시 감귤나무 두 그루만 있으면 자식의 대학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다 하여 ‘대학나무’로 불리기도 했다.

그 무렵 감귤 10㎏ 가격은 2500원 내외였고 대학 등록금은 1만5000~3만원이었다. 나무 2~3그루만 있으면 자식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다.

사실 감귤은 ‘온주밀감’이 보급되기 이전부터 귀했던 과일이다.

조선시대 문헌을 보면 산귤, 당유자, 동정귤, 진귤(산물), 편귤 등 다양한 품종이 재배됐다.

‘탐라지’에는 ‘제주 3읍에 관 주도의 과원 36개소, 12종 3600여 주’라고 기록돼 있어 감귤이 활발히 재배됐음을 보여준다.

진상된 감귤이 대궐에 들어오면 임금이 성균관과 유생들이 귤을 나눠주며 과거를 시행했는데 이를 ‘황감제(黃柑製)’라 했다. 전국에서 온갖 귀한 음식과 물품이 진상됐지만 이를 기념해 과거가 치러진 것은 감귤이 유일하다.

이처럼 귀하디 귀했던 감귤이 지금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하는 분위기다.

영농기술이 향상되면서 사시사철 과일이 나오고 있고, 외국산 과일도 물밀 듯이 들어오고 있다.

선택의 폭이 넓고 맛있고 가격이 싼 과일을 골라서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는 좋은 현상이지만 농가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반영돼 매년 가격이 오르기는커녕 더욱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산 노지감귤 도·소매 가격(지난 10일까지 5㎏ 평균 기준)은 7591원으로 2019년 동기(6794원)보다 높았지만 2018년 동기(8213원)보다 크게 떨어졌다.

노지온주 가격이 떨어지면서 월동온주(무가온 시설하우스) 가격도 덩달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제주 감귤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점이다.

환경부가 펴낸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오는 2030년대부터 온주밀감 재배 적지가 전남 해안 중심으로 이동하고 2060년대에는 강원도 해안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90년대에는 한라산 국립공원 내 산간지역을 제외하고는 제주에서 온주밀감 재배가 불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후대를 생각한다면 기후 변화에 따른 당연한 일이라고 마낭 손을 놓을 수 없다.

최근 각광을 받는 ‘스마트 농업’을 받아들이는 등 지속가능한 감귤산업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기후에 적합하고 병해충에 강한 신품종 개발과 함께 고품질 감귤 생산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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