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개발과 보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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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동화작가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가보고 싶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분화구를 내려다보며 제주의 시원을 상상해보고 싶다. 백록담 둘레를 걸으며 천연림이 우거진 등성이와 그 너머 마을과 제주바다를 내려다보고 싶다. 그런데 나는 백록담에 올라갈 수 없다. 아니 올라갈 수는 있지만 내려올 때 무릎에 끼칠 영향을 생각하며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오래 전, 한라산 영실 케이블카의 설치여부가 뜨거웠을 때, 나는 반대를 했었다. 케이블카가 건설되면 많은 사람들이 한라산에 오르게 될 터이고, 한라산이 파괴될 거라고. 그런데 지금 한라산은 사진과 TV에서만 보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헬리곱터를 이용할 경제력이 없고, 두 다리로는 자신이 없고. 그래서 설악산이나 통영, 알프스, 중국에서 만났던 케이블카가 슬그머니 내 머리에 자리 잡았다. 한라산은 건강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이 되어선 안 된다고. 노약자나 장애인들도 구경할 권리가 있다고. 케이블카와 산악열차가 있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외국의 산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제주도가 개발되면서 갈등이 많다. 세계 7대 관광지라고, 유네스코 3관왕이라고 자랑할 때는 가슴을 내밀지만 그로 인한 자연의 파괴 앞에 이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중산간과 해안은 가리지 않고 들어선 건물들을 만나면 발전인가 파괴인가를 분별하기가 쉽지 않다. 도로가 사통팔달로 뚫리면서 골프장은 물론이거니와 숙박시설, 맛집, 카페, 별장 등 상상도 못했던 시설들이 숲, 들판, 해안 등을 가리지 않고 들어서고 있으면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다.

제주헬스케어타운, 동물테마파크, 송악산관광호텔, 오라관광지구 개발, 예래관광단지 개발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로 인하여 제주가 시끄러웠다. 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보존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에는 모두 일리가 있다. 다만 관점이 다를 뿐이다. 관광객들이 찾아와도 즐길 시설이 없는 제주도와 무분별한 개발로 원형을 잃어버린 제주도를 누가 찾을 것인가.

제주공항으로 도민이 분열되는 모습을 본다. 제1공항만으로는 폭증하는 관광객들을 수용할 수 없어 제2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명분에는 긍정이 간다. 제주에 더 많은 관광객들이 들어와야 지역상권이 살아나고 발전의 가속도가 붙을 거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러나 환경을 생각하고, 조상대대로 살아온 주민들을 생각하면 관광객이 덜 들어오더라도 슬로우 시티로 남아야 한다는 의견에도 마음이 간다. 동부지역의 발전, 건설업체의 참여, 지가 상승으로 인한 재산가치 향상 등을 주장하는 분들이나 지역주민의 분열이나 자연과 문화유산의 파괴, 철새 보호 등을 주장하는 분들도 나름 명분이 있다. 현재의 공항을 확장하여 제2공항 수요를 흡수하자는 의견에도 동의하지만 항공사고의 위험성에 노출되는 것 같아 불안하다.

제주의 개발과 보존의 난제를 가지고 설왕설래하는 걸 보면서 난감하기만 하다. 행정을 책임지는 도지사의 입장도 이해되고, 이대로 보존하자는 분들의 주장도 맞는 것 같은데 관광 정책의 전문가가 아니니 섣불리 나설 수도 없다. 제주의 미래를 내다보며 제주개발의 삽을 들어 사업을 펼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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