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그리고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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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4.3행방불명 수형인 335명 전원에 무죄 선고
"73년 만에 받은 이 소식을 하늘에 있는 父에 전할 것"
16일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4·3행방불명 수형인 335명 전원에게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봉수 기자 chkbs9898@jejunews.com
16일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4·3행방불명 수형인 335명 전원에게 무죄가 선고된 가운데 유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고봉수 기자 chkbs9898@jejunews.com

73년 전 제주4·3사건 당시 군사재판을 받고 수형생활을 하던 중 행방불명된 희생자 335명에 대한 재심 공판에서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16일 제주지방법원 형사2부(장찬수 부장판사)는 4·3 행방불명 수형인 335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2명의 생존 수형인 고태삼씨(92)와 이재훈씨(91)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앞서 검찰은 피고인들의 범죄에 대한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이날 재판부는 “4·3사건을 통해 국가의 존재가치를 묻고 싶다. 해방 후 이념 대립 속에 국가는 청·장년들이 반정부행동을 했다고 죄를 덧씌웠고 목숨마저 빼앗았다. 그 유족과 자녀들은 연좌제의 굴레에 갇혀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국가는 피해구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이미 고인이 된 피해자들이 저승에서라도 오른쪽과 왼쪽을 따지지 않고 그리운 사람과 둘러앉아 정을 나누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4·3희생자 영혼에 엎드려 절을 올리고 싶지만 법정에서는 절을 하는 것이 금지돼 대신 묵례를 올리겠습니다.”

고(故) 박세원씨(당시 23세)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자, 아들 박영수씨(75)는 고개 숙여 묵례를 올렸다. 고인은 73년 전 미군정 시절 도민에게 쌀을 배급했던 식량영단(營團) 직원이었다.

서북청년단이 도민에게 줘야 할 쌀을 수시로 강탈하는 것을 참지 못한 고인은 더는 쌀을 내주지 않고 항의했다.

서북청년단에 끌려가 걷지도 못할 정도로 매를 맞은 고인은 1948년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군사재판)에서 내란실행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박영수씨는 “목포형무소에 수감된 아버지는 6·25전쟁이 나면서 고향 땅을 밟지 못했고, 목포 바다에서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73년 만에 무죄를 받은 소식을 하늘에 계신 아버지에게 전하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오임종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오늘 판결로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렸다”며 “억울하게 희생을 당한 4·3영혼을 위해서라도 도민 모두가 정의로운 나라를 만드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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