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만 탓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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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 제주국제대학교 국제교류원특임

소문으로만 듣던 것이 사실로 드러난 LH 사건은 예견된 것이지만 분노로 들끓는 민심은 극에 달했다.

‘땅을 샀는데 갑자기 신도시가 지정된 것’이라는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엉성한 발표는 1987년 전두환 정권 때, 물고문 도중 숨진 ‘박종철 사망사건’ 발표와 흡사하다.

당시 강민창 경찰청장이 ‘책상을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라는 발표와 지금의 장관 발표를 보면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 것은 독재정권 때와 판박이다.

직전 LH 사장이었던 국토교통부 장관은 LH 사건으로 국민의 불만과 정치권의 압력으로 사의를 표했는데, 대통령은 사표는 수리하되 공공주택에 대한 ‘기초작업이 끝날 때까지’라는 조건을 달고 ‘한시적 장관’으로 유임시켰다.

성난 국민의 심정을 잘 알고 있을 대통령이 단호하게 장관을 바꾸어 국민의 가슴을 보듬어 주어야 할 텐데 ‘한시적’이라는 조건을 빌어 유임시킨 것은 국민과의 의리보다 측근과의 의리를 더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대한민국 역대 장관 중 가장 무능한 장관으로 기록될 만큼, 20번도 넘게 부동산정책을 내놓았지만 계속된 정책 실패로 부동산정책을 투기판 정책으로 만들어놓고 떠난 사람이다.

그런데도 3년 4개월 동안이나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 측근이라는 점 외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다.

현 정권에서 27번째로 밀어붙여 임명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어떤가.

그가 국회의원 신분으로 예산심사를 하면서 ‘의원님 살려주세요’라는 말을 하도록 법원행정처장에게 강요하는 유치한 태도는 국회의원의 권위를 추락시켰고, 교통법규 위반과 상습체납 등으로 일곱 차례나 차량을 압류당했다는 사실은 신뢰와 존경은 고사하고 그가 법조인 출신이라는 것 자체가 의심스럽다.

현 정권에서는 인사청문회의 결과를 무시하고 장관을 임명하기 때문에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거나 유능한 인물을 찾아볼 수 없는 거다.

‘변창흠 후보’ 인사청문회장에는 국회의원들이 ‘개나 소나 장관하는 아름다운 나라’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는데, 지나친 감이 있으나 과격한 표현으로 ‘후보 사퇴’를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오늘날 부끄러운 한국 정치 현실의 민낯이다.

정치와 사회는 함께 움직이는 불가분의 관계여서 정치가 잘못되면 어둡고 불안한 사회가 되고, 비리 발생의 근원이 된다.

오늘날의 정치와 사회환경에서 LH 사건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사회 전반에 걸쳐 숨어있는 부패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LH 직원들의 투기 행태(行態)로 보아 윗선, 이른바 고위층 인사들이 연루될 가능성에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만큼 고위층 인사들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국민에게 결백함을 보여 줄 때이며 구실을 달아 조사를 회피한다면 자신의 비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앞으로 남은 대통령 임기 1년, 정치와 사회를 개혁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며 지금까지의 실정(失政)을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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