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열한 성공 수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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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칼럼니스트

미물들조차도 생을 즐기는 봄인데 우리의 삶에는 신명을 찾아볼 수 없다. 코로나 확산과 그 예방백신에 대한 걱정 때문일까? 아니면 우리 정치판의 볼썽 나사운 행태들 탓일까? 기밀에 준하는 정보를 무단 취득하여 온갖 이득을 챙기고, 권력을 이용하여 각종 특혜를 누리고 있으니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허탈감은 오죽하랴 싶다.

지금은 고급 정보가 당첨복권에 비견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두루 관련된 국가 기밀이나 공공기관의 주요 정보들이다. 평범한 소득으로는 죽을 때까지 아끼고 절약하며 저축해도 살 수 없는 집을 몇 채씩 차지하고, 개발 정보를 미리 빼내 알짜배기 땅을 사들여 몇 배의 이득을 챙기고, 허위 이력과 수상 실적으로 자식을 의사로 만드는 일까지. 부와 직을 손쉽게 가로채는 비열한 성공 수법들이 공직 사회에 만연해 있다. 정치권이나 정부 요로에 몸담고 있거나 그들과 한통속으로 엮인 사람들이 벌이는 짓들이다. 그것도 일회성이 아니라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의심들이다.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도 흐린다. 공직자들의 이런 공공연한 비리는 서로가 공생 관계이니 가능하단 지적들이다. 이런 몰염치한 작태에 국민들의 마음은 허탈감을 넘어 실망과 분노로 미어진다. 사법권마저 힘없는 국민들에게는 추상같으면서도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는 쪽을 못 쓴다. 권력 비리는 번번이 축소 은폐되거나 흐지부지 잊히고 만다. ‘유권무죄, 무권유죄’라고나 해야 할지….

이런 판이니 ‘영끌’이니 ‘빚투’니 하는 투기도 생겨난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누가 감히 이런 세태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김진영은 그의 칼럼에서 “영끌 세대는 지금 도박을 하는 게 아니다. 필사적인 생존본능과 상대적인 불안감에 쫓겨 미친 듯 회전 중인 시장의 룰렛을 따라 돌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오늘의 한국 경제를 일궈낸 지난 세대의 생활신조는 ‘근면과 절약 그리고 저축’이었다. 그에 더하여 ‘정직과 성실’을 삶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이제는 그런 신조와 좌우명으로 산다 해도 부자가 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먼저 차지하는 게 최선이라 여긴다. 이런 생각들이 사회에 만연하다 보니 비리나 투기를 저질러도 수치심은커녕 오히려 당당하다.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만 무능한 바보가 될 판이다. 공정과 정의를 앞세운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독선과 술수, 거짓과 반칙, 상대 탓하기로 일관해온 여의도 정치의 민낯이기도 하다. 거기다 국민의 분노가 치솟는 LH사건 조사마저 검찰과 감사원을 제외했다. 한 술 더 떠 적폐 청산으로 정치권의 윗물은 맑아졌다고 큰소리까지 친다. 얼마나 국민을 업신여기면 이런 허언까지 서슴지 않을까?

선거가 가까워지니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을 넘어 당선되면 돈을 주겠다는 공약까지 내건다. 아무리 코로나 지원 명목이라지만 돈으로 표를 사겠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국민과 정치는 불가분의 관계다. 따라서 오늘의 저열한 정치는 국민이 조장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정치를 청산하려면 국민이 나서야 한다. 정치는 결코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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