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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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경제부장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1970년대 이전에 태어난 세대라면 누구나 정부 차원에서 추진했던 인구 억제 정책을 기억할 것이다.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정부 주도로 신문과 방송을 통해 온 국민을 설득하다 못해 다자녀 가구를 멸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저출산 문제가 나라의 재앙으로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대한민국이 지난해 처음으로 인구 감소에 돌입했디.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사망자 수는 30만5127명으로 같은 해 출생아 수(27만2410명)를 넘어서며 사상 처음으로 ‘인구 데드 크로스(dead cross)’를 기록했다. 인구 데드 크로스는 한 해 동안 태어난 출생아 수 보다 사망자 수가 더 많아지는 현상이다.

인구 데드 크로스 문제는 제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제주지역 연간 출생아 수는 3907명으로 전년 대비 513명 감소하며 사상 처음으로 4000명 선이 무너졌다. 제주지역 연간 출생아 수는 2017년 5037명에서 이듬해 4781명을 기록하며 4000명대로 떨어진 이후 불과 2년 만에 다시 3000명대로 떨어졌다.

반면 연간 사망자 수는 2018년부터 지난해(3955명)까지 3년 연속 39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통계 작성 이래 월별 출생아를 보면 이미 제주지역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연속 인구가 자연감소했다. 지금까지 인구 자연감소가 이뤄졌던 달은 2018년 12월, 2020년 3~4월 등 과거에도 없지는 않았지만 3개월 연속 감소된 것은 처음이다.

혼인 건수도 매년 감소하고 있어 제주에서도 ‘인구 절벽’이 현실로 다가왔다. 혼자 사는 가구의 증가는 출생률을 하락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제주지역 혼인 건수는 2981건으로 1981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결혼 건수를 의미하는 조혼인률도 전년보다 0.6건 줄어든 4.5건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었다.

결혼관에 대한 가치관이 바뀌고 주택가격 상승, 고용난 등 경제적 여건이 변화하면서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경우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사회구조는 그대로 출생률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학계에서는 청년들이 결혼에 소극적이고, 출산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 장기 고용불황, 치솟는 주택 가격과 사교육비 등을 꼽는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나서 다시 취업난이라는 불안정한 미래를 맞아야 하는 청년 입장에서 가정을 꾸리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저성장 시대를 맞아 교육, 취업, 소득, 주거의 불평등이 구조화되면서 미래에 대한 청년들의 불안감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우리나라 30~34세 미혼남녀 중 부모와 동거하는 이른바 ‘캥거루족’ 비율은 57.4%로 ‘나홀로 가구’(25.8%)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결혼 진입장벽이 점점 높아지면서 결국 경제적,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 의존해 생활하는 청년층도 늘고 있다.

혼인 감소와 저출산에 따른 ‘인구 절벽’은 앞으로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

저출산은 결국 경제 성장 감소와 맞물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구는 국력’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출산하기 좋은 환경과 양육하기 좋은 환경이 필요하다

결혼과 출산 장벽을 낮추고 미래세대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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