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패권적 리더십을 회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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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근형, 통일교육위원 제주협의회장/논설위원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리더십과 동맹 회복을 국가적 과제로 설정하고, ‘모범의 힘(the power of our example)’을 다시 보이겠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광신자들이 보여준 비민주주의적 행동과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행태를 보면서 세계인들은 민주주의의 모범국 미국의 실체가 이런 것이었는가 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면한 국내문제 또한 극복하기가 만만치 않은 것들이다.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는 3070만명, 사망자는 무려 55만4000명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 확진자의 25%, 사망자의 대략 19% 정도나 된다. 미국 인구가 전 세계 인구의 4%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목숨을 잃었다. 이는 초기에 안이하게 대처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한책임이 있으나, 공공이익에 희생하지 않으려 한 미국인들과 부실한 의료보험 체계와 분열된 행정력에 기인한 바가 크다.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백인 우월주의에 열광하는 트럼프 지지자들과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흑인과 히스패닉 등 유색인들 사이의 첨예한 갈등이 노정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통합을 강조하고 있으나, 서로 인정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더욱이 최근 발생한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는 새로운 형태의 인종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어 우려가 된다.

대외적으로 바이든 행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유럽 등 전통적인 맹방들로부터의 신뢰 회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동맹국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기후변화협약 및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등으로 세계로부터 고립을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 한국에 대해서도 주한미군 주둔비 50억 달러 인상을 주장하여 한미 간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문제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으로 점차 해결되어 가고 있으나, 가장 어려운 문제는 미국 패권에 도전하고 있는 중국의 부상일 것이다.

세계정치경제의 안정을 분석하는 이론 중에 패권안정론이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패권국의 힘이 안정적일 때 세계정치경제도 안정된다는 가설을 내세운다. 패권국의 힘이 쇠퇴할 때, 도전국이 등장하면서 점차적으로 세계정치경제도 불안정해진다는 주장이다. 패권국과 도전국 사이에 세력전이 현상이 나타날 때는 세계대전도 발발할 수도 있다고 역설한다.

미국은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면서 세계적인 패권국으로 등장했다. 마셜플랜으로 서방국들을 지원하여 부흥을 이끌어냈으며, 소련과의 냉전에서도 승리했다. 하지만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력의 상대적 쇠퇴가 나타나면서 미국의 패권적 리더십에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급속도로 부상한 중국의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일대일로(Belt and Road)’ 전략을 내세우자, 미국은 이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 일본, 호주, 인도와의 4국 협력체제(QUAD)를 구축하여 인도·태평양전략의 구심점으로 활용하려 한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심해질수록 중간에 있는 한국의 입장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아직까지는 균형외교를 취하고 있으나, 머지않아 어느 한 편을 선택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부디 우리 정부가 국익에 부합한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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