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세 도입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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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석, 제주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논설위원

201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우리나라 성인의 36.6%가 비만이라고 발표했다. 비만으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비와 생산성 저하 등 사회적 손실이 한 해 동안 11조 5천억 원이다. 지난달 국회에는 설탕이 들어간 음료를 제조, 수입, 유통, 판매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 부담금’을 부과하는 ‘설탕세(sugar tax)’ 법안이 발의되었다. 설탕세, 즉 건강부담금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필요한 경비로 사용하기 위해 국민에게 강제로 거두는 세금과 다르다. 세금은 국가나 지자체가 여러 용도로 쓸 수 있지만, 건강부담금은 국민건강증진법에 의해 국민 영양 관리 사업과 공공보건의료 같은 규정된 용도로만 쓸 수 있다. 건강부담금이 부과되면 설탕이 들어간 음료 가격이 올라 소비자에게는 ‘준(準)조세’로 비춰질 수 있다. 설탕세를 도입하면 과연 국민 건강이 증진될 것인지 아니면 국민 건강 증진에 미치는 영향보다 정부의 세수입 증가에 그칠 것인지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설탕세를 찬성하는 근거는 공신력 있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설탕세를 지지하며, 설탕세를 매기는 나라가 많은데 있다. 전 세계 74억 인구 가운데 22억 명이 과체중이나 비만이다. 2016년에 세계 비만의 날을 맞이하여 세계보건기구는 식품에 설탕세를 부과하면 비만인구가 줄어들기 때문에 설탕이 함유된 음료에 설탕세를 부과하라고 공식 권고했다. 실제로 노르웨이, 핀란드, 프랑스, 영국, 헝가리, 이탈리아, 태국, 필리핀 등 30여 나라가 설탕세를 매긴다.

설탕세를 반대하는 근거는 설탕세 도입효과가 일시적이며 저소득층에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1ℓ 콜라에 110원의 설탕세를 매기면 가격이 올라 설탕음료의 수요는 줄어든다. 탄산음료의 수요는 가격에 비탄력적이다. 즉,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크게 줄지 않는다. 설탕세를 도입하면 가격인상에 비해 수요가 크게 줄지 않아서 정부의 세수입은 커진다. 설탕세를 도입하면 설탕소비가 줄어드는 효과는 작고 세수입 증가는 크다.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키려면 설탕세 말고 다른 방법도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치즈버터의 가격을 1% 상승시키면 소비감소효과는 0.17%에 불과하였지만, 생산자가 치즈버터의 포화지방을 1% 줄이면 소비자의 4주간 지방 감소 효과는 0.39%로 조사되었다. 흡연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담배 세금을 올리는 정책이 반복 시행된다. 2005년에 우리나라의 KT&G는 담배 관련 세금을 약 500원 인상했다. 탄산음료와 달리 담배 수요는 가격에 탄력적이다. 담배판매량이 2002년에 45억 갑에서 2005년에 39억 갑으로 급감했다. 2008년에는 44억8000만 갑으로 원상회복했다. 설탕세를 도입하면 수요는 줄지만 곧 원래 수준을 회복한다.

가격뿐만 아니라 쇼핑 환경도 소비에 영향을 미친다. 백화점과 카지노에는 고객들이 시간가는 줄 모르도록 벽시계와 창문이 없다. 설탕음료를 적게 마시게 하려면 설탕음료의 가격을 인상하는 것보다 계산대 주변에 설탕음료 판매를 금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프랑스는 공립학교와 사립학교 모두에서 사탕이나 탄산음료 등을 파는 자판기를 없앴다. 독일은 학교 근처의 매점에서 탄산음료를 팔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모든 공립학교에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했다.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설탕뿐만 아니라 야식 배달, 패스트푸드, 운동부족, 수면 부족 등 다른 요인도 많다. 설탕세 도입으로 인한 국민 건강 증진 효과는 제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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