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학교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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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생 수필가

하도초등학교 100년사를 출판하면서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동문은 아니지만, 하도에 살고 있고 남편이 하도초등학교 출신이라 자연스럽게 동참한다.

동문의 추억담을 읽으며 하도초등학교 100년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학교와 먼 동네 아이들은 한곳에 모여 6학년 선배의 구령에 따라 줄을 지어 등교하였다고 한다. 책보를 허리춤에 차고 호기심 가득 신입생들의 짓궂은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추억담을 읽으면서 ‘그때는 그랬구나, 우리 때는 이랬지, 이때는 이랬네’라며 그들의 쏟아내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든다. 세대와 세대를 잇는 회상에 때론 숙연하기도 했고, 때론 그 시절로 돌아간 듯 한바탕 웃음으로 추억을 반추하기도 했다.

추억담 중에 ‘재건학교’에 대한 기고가 인상 깊게 다가온다. 글을 읽으며 재건학교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검색해 보지만, 원하는 자료는 없다. 아마 정규 학력으로 인정되지도 않았고 형편이 나아지면서 정규 학교에 진학하는 학생이 많아 흐지부지되지 않았나 싶다.

재건 국민운동은 1961년 6월 국민의 재건의식을 높이기 위해 벌였던 관 주도적 범국민운동이었다. 복지국가를 이룩하기 위해 전 국민이 민주주의 이념 아래 협동 단결하고 자조 자립정신으로 향토를 개발하여 새로운 생활체계를 확립하자는 취지의 운동이었다고 한다.

재건학교 추억담에 의하면, 재건 국민운동과 새마을운동이 활발히 전개될 때이다. 가정 형편 때문에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초등학교에 야간학교가 개설되었고, 2년 과정으로 영어, 한문, 상업부기를 포함해 중학 과정을 공부했다. 낮에는 부모님을 도와 집안일을 하고 저녁이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재건학교로 등교한다. 수업은 저녁 8시부터 12시까지였고, 새로운 것을 배워 가는 기쁨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칠흑 같은 어둠도 두렵지 않았다고 한다.

하도 재건학교 수료 사진 속 여학생은 단발머리에 핀을 꽂았고, 교복은 둥근 칼라에 끝부분을 하얀색으로 바이어스 처리했다. 남학생은 까까머리에 1970년대 교복이다. 사진 보관 상태가 깨끗하다. 결혼하며 친정에서 시댁으로 다시 분가하며 몇 차례 옮겨 다녔을 텐데, 엊그제 인화한 듯 선명하다. 행여 훼손되지나 않을까 소중히 보관했을 사진과 평생 은인이라며 한 분 한 분 써 내려간 선생님의 이름에 마음이 짠해 온다.

글을 읽으며 배우고자 했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 재건학교 수료생 누군가에게는 의미 있는 추억이고 마음이기에 동문의 이야기 한 부분을 끌어와 본다.

“재건학교 시절은 내 생애 가장 뜻깊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면 깊은 곳의 열등감도 자신감으로 변해 갔다. 재건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집안의 가난도 원망스럽지 않았다. 또래들의 교복도 부럽지 않았으며 모든 일에 자신감이 생겼다. 알파벳을 몰라서 60여 년을 가슴앓이했을 답답함을 씻어 준 학교이기에 가슴속에 소중히 간직하며 살아왔다. 그 때문에 하도 재건학교는 나의 중학교이다.” -하도초등학교 40회 부길자 추억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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